복음(1)

문동수 (2015-06-09 12:55)

복음 (1) 예수와 바울이 살던 시대는 로마시대였다. 오늘날 고고학의 발견에서 증명되듯이 로마는 아주 훌륭한 복지국가였다. 로마는 먹을 것이 풍부했다. 오늘날에는 미국에서도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로마시민에게 굶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로마시민이라면 돈이 없어도 언제나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이 가능했고, 목욕탕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문화시설을 언제나 이용할 수 있었다. 반면에 로마에 속하지 못하는 식민지국가들은 매우 어려웠다. 그들은 로마를 유지하기 위한 국가들이었다. 그들은 로마의 복지를 위해서 먹을 것을 조달해야 했고, 노동력을 제공해야 했다. 식민지국가들은 오로지 로마를 위해 존재했다. 이들에게 살 길은 오로지 로마의 직할시가 되는 방법 외에는 없어 보였다.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로마황제는 복음이었다. 로마 황제가 나타난다는 것은 로마의 직할시가 되는 것이고, 로마시민이 되는 것이었다. 로마시민이 된다면 먹고 살 걱정도 없을 뿐 아니라 로마시민으로서 엄청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마황제는 복음이었다. 로마황제가 나타난다는 것은 로마가 되는 것이고, 로마의 복지혜택을 받는 것을 뜻했다. 그래서 로마황제는 가는 곳마다 환호를 받았고, 로마 황제를 눈앞에서 보는 것이 당시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소망이었다. 복음은 그리스어로 유앙겔리온((εὐαγγέλιον)이리고 한다. 이 말을 ‘기쁜 소식’, ‘복음’, ‘좋은 소식’ 등으로 번역을 한다. 그러나 유앙겔리온은 단어의 번역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인이 사용하는 의미에서 좋은 소식이거나 복된 소식은 유앙겔리온이 아니다. 로마황제가 복음이다. 유앙겔리온은 지상 최대의 권력을 가진 자라는 뜻이다. 최고의 힘과 최고의 권력이 복음이다. 예수의 부활 후, 예수의 제자들은 로마황제가 유앙겔리온이 아니라 예수그리스도가 유앙겔리온이라고 전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생뚱맞은 소리였다. 로마황제가 아니라 예수그리스도가 유앙겔리온이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말을 그들은 하기 시작했고, 몸으로 전파하기 시작했다. 세상은 절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수그리스도와 로마황제는 언제나 반대편에 서 있다. 로마황제는 세상의 아들이고, 예수그리스도는 하늘의 아들이다. 로마황제는 돈과 권력 자체이고, 예수그리스도는 사랑 자체이다. 돈과 권력은 죽음으로 인도하고, 사랑은 삶으로 인도한다. 돈과 권력은 언제나 관념적이고, 사랑은 언제나 구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