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을 향하여’

박정철 (2015-05-16 10:28)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시 121:1,2)   모내기를 앞두고 논들마다 물이 그득하게 잡혀 있다. 깨끗하게 정리된 논에 흥건히 물이 잡혀 있는 모습을 보면서 괜히 흥얼거리며 흥겨워진다. 이제 곧 모내기가 시작될 것인데, 논과 밭을 가까이에서 늘 볼 수 있다는 것이 괜한 즐거움이요 축복이겠다.   울산에서 두 어 달 실업급여를 타고 있는 어느 한 분을 며칠 전에 만났다. 그간 다니던 직장에서 너무 힘들고 고달팠다는 것인데, 그러면서 그때 아내와 함께 정자 해변을 이틀에 한번 꼴로 찾았다는 것이다. 바다를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찾을 수 있었단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의 평정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신혼 초에도 그랬었다나.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서로 간에 성격이 잘 맞지 않아서 다투는 날들이 많았다는 것인데, 그럴 때마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바다를 찾았다는 것이다. 아내가 후에는 이렇게 말하더란다. “여보, 우리가 헤어지지 않은 것은 이 정자 해변 덕분인 줄 아세요.”   큰 바다를 바라보며 옹졸해진 자신들을 많이 비춰보았을 것이고, 넓은 바다일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리라. 바다를 통해서 치유와 회복을 허락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분이 얼마 전에 내륙고속도로를 탈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 너무나 놀란 것이 ‘우리나라 숲이 이렇게 울창한 것은 처음 알았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는데, 도대체 지금까지 얼마나 바쁘게 살아왔기에 그러냐는 것이다.  ‘무엇이 그의 눈을 닫아버린 것일까?’ ‘무엇이 그로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게 막아버린 것일까?’ 꽃이 피고, 새싹이 돋고, 신록이 우거지고, 단풍이 들어도 전혀 보지 못한 체 일과 사람에 묻혀 바쁘고 분주하게 살아왔을 그 인생이 불쌍하게 보였다.   그러면서 내 모습을 보게 된다. ‘내 눈은 떠져 있을까?’ ‘반쯤 잠겨버린 실눈이지는 않을까?’ ‘주님께 책망을 받았던 라오디게아 교회처럼 안약을 발라야 할 수준이지는 않을까.’ 싶은 것이 다시 돌아보게 된다.   울창한 산을 바라보며 나의 도움이 되시는 하나님을 볼 수 있다면, 바다를 바라보며 ‘받으라’ ‘품으라’ ‘용납하라’고 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받을 수만 있다면 믿음의 눈이 좀 떠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