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이르되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삼상 17:45)
양남 바닷가의 겨울바람이 차다. 어느 덧 내가 양남에 온 지 7년이 다 지났다. 8년째가 막 시작된다. 살아보면 크게 한 것도 없이 세월만 보낸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닌가 싶다. 좀 더 잘할 수도 있었고, 좀 더 열심히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은 가볍지 않다. 그래도 오늘 이 모습이라도 살아있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처음 양남에 올 때 가로수가 소나무였던 것이 참 생소했다. 밑에서부터 먼저 자란 옆가지들이 잘려나가는 모습이 참 볼만 했었다. 그 생소함만큼이나 양남이라는 지역이 내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첫 날 새벽 기도회를 드릴 때에 참석한 모든 성도들이 펑펑 울던 그때가 잊히지 않는다. 서로들 많이 힘들었을 시간들을 기도로 이겨가는 모습이었으리라.
부임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연세가 드신 분들이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늦은 밤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장례식장을 쫓아다녔다. 그렇게 단 시간에 많은 장례를 치룬 것이 기네스북에 기록된다면 정말 빠지지 않을 성 싶다. 지금도 늦은 밤이면 어디에서 전화가 오지 않을까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7년이 다 지난 이 때, 난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이 양남교회는 과연 그때와 비교해 보아 얼마나 차이를 보이고 있을까. 첫 부임설교를 하면서 선포했던 그 말씀이 얼마나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었을까.
다시 한 번 드는 생각이 있다. 무뎌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첫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간에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첫 부임할 때의 그 마음과 첫 설교할 때의 그 마음만큼은 조금이라도 무뎌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골리앗이 버티고 있는 블레셋과의 전장에 어린 목동 출신 다윗이 왔다. 비록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아니 형들이 비꼬는 말투에서 보는 것처럼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위해서 그로 그곳에 있게 하신 것이다. 패배감에 사로잡힌 이스라엘 진영의 전세를 뒤집어내게 하시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친히 그를 그곳에 세워놓으신 것이다.
7년이 다 지난 이 양남에 그간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 이런 저런 이유로 떠난 이들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자리를 굳게 지켜가는 이들과 함께 새롭게 이 자리에 마주한 이들도 있다. 이 자리에 함께 하는 이들과 힘을 모아 첫 사랑과 첫 마음으로 힘차게 나아가야 하겠다.
박정철 (2015-01-10 11: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