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가 새벽기도 빠질 연구나 하니...

이순락 (2015-01-03 14:57)

~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 (마가복음 1 : 35) 겨울이 깊다.  하루하루 추위도 심해지고 요즘엔 눈 오는 날이 잦다. 지난 주 어느 날 저녁부터 눈발이 심했다. 그래서 무심결에 와이프가 듣는 데서 “눈 오는 걸 보니 내일은 새벽기도 안가도 되겠네.”했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와이프가 쏘아보며 큰 소리로 핀잔했다. “그건 내일 새벽에 가서 결정하면 되지, 장로가 돼서 새벽기도 안갈 연구나 하니...” ‘으읏 뜨거...’하면서 ‘역시 장로 위에 권사네’라고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그랬다. 나는 참 엉터리 장로이다. 요즘에 와서는 부쩍 새벽기도를 빠지고 싶은 마음이 많다. 그런 중에 지난 주 월요일 새벽엔 눈이 너무 많이 온 덕분(?!)으로 정말로 새벽기도를 빠졌다. 눈길에 차량운전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대신 새벽잠을 너무 맛있게 잘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 컨디션이 얼마나 가뿐하고 좋았던지... 그래서 누구에게 들킬까봐 몰래 마음속으로 속삭인다. ‘하, 일주일에 하루 정도씩이라도 쉴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목회자님들은 정말 현명하신 분 들이다. 월요일 하루씩 새벽기도 빠지면서 쉬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릴없는 얘기 같지만, 1년 365일 중에 거의 360일은 새벽기도에 참석한다. 그 중에 빠지는 날은 전국장로대회행사에 참석하는 경우, 혹은 불가피하게 먼 타지로 나가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감기몸살 등으로 앓아누웠을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자랑 같지만 하나님께서 정말 좋은 건강 선물을 주셔서 감기몸살 등과는 거리가 멀다. 아마 나의 업이 홍삼쟁이라서 홍삼액을 수시로 마시고, 새벽기도 마친 후 거의 어김없이 동네 뒷산으로 산행을 하는 탓에 건강이 좋게 유지되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 있겠는가. 이럼에도 불구하고 얄팍한 잔머리 굴리면서 ‘새벽기도 빠질 연구’나 하니 무서운 권사 와이프로부터 준엄한(?) 힐책을 들어도 싸다는 생각이다. 최근 들어서는 읽고 있는 소설이 너무 재미가 있어 집에 와서도 깊은 독서에 빠져들곤 한다. 그렇다 보니 와이프가 그 또한 보기 싫은 모양이다. “이제 소설 그만 읽고 성경도 좀 읽도록 하소.” 당연한 핀잔일거다. 그렇지만 나의 반격도 세다. “아니 그동안 성경은 읽을 만큼 읽었지 않소. 이제 내 읽고 싶은 소설이나 실컨 읽는 게 소원인데 잔소리 좀 고마하소.” 솔직히 나의 생각은 그렇다. 읽고 싶은 책이 얼마나 많은가. 하나님께서 못난 내게 복을 많이 주셔서 건강 가운데 새벽기도 갈 수 있게 해주시고, 산으로 올라 호연지기로 때 묻지 않은 자연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주심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에 더하여 도서관이 코앞에 있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시니 이 얼마나 큰 축복이 아니겠는가. 속된 표현으로 쥐뿔도 가진 것이라곤 없지만 말이다. 감당하기 벅차지만 장로라는 직분을 주셔서 새벽마다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지키는 듯이(?) 기도의 자리를 채울 수 있음도 더 할 수 없는 축복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생각은 고개 쳐든다. 장로도 좋지만 더러 새벽기도에 빠지고 싶다 라는~) 엉터리 장로의 고백이요, 회개를 요하는 독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