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지만 말자’

박정철 (2015-01-03 16:42)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     2015년도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1월 1일, 많은 이들이 일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스마트 폰에 올려놓고는 새해에는 붉게 떠오르는 태양처럼 희망차게 살아보자고 다짐들을 한다. 저마다 포부를 밝히는 것만으로도 추운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기된 얼굴이다.   어떤 분이 비싼 담배를 물고 있는 것을 보고 “이제 담배 끊으셔야지요?” 했더니, “예, 새해부터는 끊어야지요.” 그런다. 그 다짐이 이번에는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제대로였으면 한다.   그러는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 중에 ‘탁’하고 낚이는 생각이 있다. ‘미루지만 말자’는 것이다. ‘그래, 미루지만 말자.’ 새해,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이것 하나만 제대로 하면 내 생에 있어서 놀라운 변화들이 있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는 것이다. 올해 할 일을 내년으로 미루지 말자는 것이다. 지금 할 일을 다음으로 미루지 말자는 것이다. 언젠가 할 일이면 지금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쉬운 일이라도 미루다보면 어렵게 되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미루다가 쫓기듯 바쁘게 처리한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자동차 검진이나 건강 검진 같은 경우에 있어서 여유를 부리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헐레벌떡 쫓아다닌 적이 몇 번이던가.   부모님이나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중에, 먼저 걸려올 때의 그 곤혹스러움은 또 어떤가. 그 기분은 참 묘하지 않았던가. ‘해야지’ 하다가 그때를 놓쳐버리면 어찌된 일인지 희한하게도 꼭 상대방에게서 먼저 걸려오는 것을 보면서 구차한 변명을 궁색하게 늘여놓을 때가 몇 번이었는지 모른다. “야, 안 그래도 전화 한 번 하려고 했었는데 먼저 왔네.” 그러지 말자는 것이다.   2015년도가 이제 막 시작이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에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부리다가 그냥 아무 것 없이 지나가 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해야 되겠다. 해야 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꼭 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잘 잡아 갈 수 있어야 하겠다. 주도적인 삶이어야 하겠다.   아침에 먼저 하루의 일과를 적어서 밤에 체크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일주일동안 해야 될 일을 적어서 정리하고, 한 달 동안에 해야 될 일을 적어서 정리해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아주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1월 1일 이 밤에, 어린 시절 방학식을 할 때의 일일계획표를 작성하면서 가졌던 마음으로 부풀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