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그 다음 날’

박정철 (2013-03-09 16:25)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아 2:10-12)   새 봄이라 좋다. 이른 새벽 새소리들의 노랫소리가 흥겹다. 따뜻한 봄바람에 그간 입고 지내던 옷들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들이다. 금방이라도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질 것처럼 온 산하가 축제 준비로 한창이다. 벌써 두 어 주 전에 냉이 무침을 잘 먹었었고, 쑥국도 몇 번에 걸쳐서 먹고 나니 봄의 기운이 내 속에 가득하다. 이렇게 봄을 맞아가니 그 누구라 부러울 수 있을까.   지난 금요일 저녁에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프로그램 진행자가 아주 기분이 좋은 듯 이런 멘트를 날려 준다. “봄이 왔고, 주말이 기다리고 있는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니 그것만으로 행복하지 않습니까. 아직까지 추운 겨울이 지나가지 않아 웅크리고 있는 분들이 계십니까. 어깨를 모두들 펴고 봄으로 인해 오는 행복을 누려 봅시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행복은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의 삶에서 느끼고 누리는 것에 있음을 새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오늘 살아가고 있는 이 자리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고 바꿀 수 없고 살 수 없는 행복의 절대 조건일 것인데, 이런 생각까지 미치니 그저 감사하여 라디오의 볼륨도 올려보고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맞춰서 흥얼거려본다.   경칩 그 다음 날 밤에 차를 타고 가는데 개구리 한 마리가 도로를 지나고 있다. ‘앗, 개구리다.’ 그 개구리를 보는 순간에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웠는지 모른다. ‘야, 경칩이라더니 개구리가 이 봄에 깨어났구나!!’ ‘야, 자연은 어떻게 모든 것이 그렇게 자연스러운지 깨어나야 할 때 깨어나는구나!’ 냉이와 쑥국으로 봄을 잘 맞아가고 있는데 그 개구리 한 마리로 인해서 마음이 더 흥분이 된다.      사순절 기간이다. 자고 있는 나를 깨어가야 할 날들이다. 지난겨울 동안 구석구석 쌓인 먼지들을 털어내고 못 쓰는 잡동사니들을 걷어내야 하는 날들이다. 새봄맞이 대청소를 하듯 성령맞이 심령 대청소를 해야겠다.    경칩 그 다음날 도로를 지나던 그 개구리 한 마리로 인해서 신기하고 놀라워했던 그 기쁨을 모두들에게 누려갈 수 있도록 오늘 이 자리에서 기지개를 펴고 힘차게 일어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