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과 금이 없었다??

문동수 (2013-01-05 12:45)

베드로가 말하기를 “은과 금은 내게 없으나, 내게 있는 것을 그대에게 주니, 나사렛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시오”(행3:36) 고등학교 다니면서 참으로 많이 기도했던 내용이다. 유난스레 아픈 사람이 많았던 지역이라 귀신을 쫓아내러 다니기도 했고, 아픈 사람에게 기도할 때 많이 인용했던 성경 말씀이다. 그때에 기도했던 내용들을 회상하며 다시 묵상해 본다. 어린 마음에 아픈 사람이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일단 가서 성경 읽어주고 기도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때 마음은 참으로 정직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아픈 사람이 치유되는 것보다도 하나님의 능력(?)을 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미숙했던 시절이다. 오늘 베드로는 “은과 금이 내게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 분명히 개인 소유는 없었다. 그러나 2장 하반절을 보면 충분한 재산이 있었다. 물론 이 재물들은 모두 공동 소유였다. 성경을 읽을 때 앞의 본문을 따로 떼어 놓고 읽으니, 이 구절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베드로가 말로만 해서 앉은뱅이가 일어났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절대 말로만이 아니다!! “내게 있는 것을 네가 준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인가? “나사렛 예수그리스도”다. 베드로가 가지고 있는 것은 예수그리스도다. 예수님을 지닌 사람들이 모두 자기의 것을 자기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재산과 소유를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대로 나누어 주었다. 정리하면 이렇다. “내게 있는 것 = 예수그리스도 = 공동 소유”. 이것이 앉은뱅이를 일어나 걷게 한 것이다. 말로만 했다고 착각하지 말라!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재물(공동 소유)이 앉은뱅이를 일으킨 것이다. 이것을 보고 뭐라고 하나? 사랑의 힘이라고 한다. 종교적으로는 성령의 도우심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은과 금으로는 돕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과시다. 좀 더 나은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결국에는 자기애(自己愛)의 다른 표현이다.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웃에게 적선을 하는 것이다. 반면에 사랑은 다르다. 은과 금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은과 금을 다 쏟아 놓고도, 더 많은 것을 쏟아 넣는다. 철학적으로는 존재 자체를 모두 들이 민다. 이것이 사랑이다. 은과 금은 없지만, 베드로는 은과 금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앉은뱅이에게 쏟아 부었다. 그곳에서 놀라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사랑을 왜 기적이라고 하는가? 어떤 일이 일어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랑의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왜? 예측하면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