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

문동수 (2013-01-01 23:35)

“성령이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에서, 그리고 마침내 땅 끝에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행1:8) 악령(惡靈)은 만들어지는 영(靈)이다. 악(惡)자는 집터나 무덤을 뜻하는 아(亞)와 마음(心)이 합쳐져서 된 말이다. 집에서 나오는 마음이 악한 것이다. 집에서 나오는 것이 학연, 지연, 혈연이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문제되고 있는 지역감정도 집에서 나온 것이다. 집에서 나오는 것 치고 선한 것이 없는 법이다. 지역주의나 학연, 지연을 철폐하자는 말에는 모두 동의를 하는 듯하다(동의는 하지만 실제로는 너부터 하면 나도 하겠다는 식이다. 안 하겠다는 말과 동의어다). 그러나 혈연은 죽어도 말하지 않는 나라가 이 나라다. 모든 연(緣)의 근거가 혈연인데, 이것 놔두고 다른 것 하자, 이거 거짓말이다. 하지 말자는 말이다. 그러니, 세상에 악령이 판을 치는 것이다. 무덤은 주검이 묻힌 곳이다. 성경의 표현으로 하면 회(灰)칠한 곳이다. 딱딱하고 굳어진 곳이다. 딱딱하고 굳어진 곳에서 무엇이 나오겠는가? 이곳에서 장벽이 생기고, 구별이 생긴다. 서열이 생기고, 계급이 생긴다.   성령(聖靈)은 내리는 영(靈)이다. 성(聖)자는 ‘들을’ 귀(耳)와 ‘나타난다’는 뜻의 정(呈)이 합해진 말이다. 나타나는 것을 듣는 것이 성(聖)이다. 듣는 것이 나타나는 것이 성이다. 거룩한 것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내려오는 것이고, 나타나는 것이다. 악령은 인위적으로 만들지만, 성령은 나타나는 것이다. 나타나는 영은 자유로운 영이다. 자유로운 영은 무슨 장벽이든, 어떤 장벽이든 무너뜨린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다. 악령은 가는 곳마다 장벽을 세우지만, 성령은 나타나는 곳마다 장벽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보고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라고 했다. 예루살렘이라는 장벽이 이제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성령이 임하면. 장벽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는가? 힘이요, 폭력이다. 이기심이요, 욕망이다. 구조요, 체제다. 돈이요, 권력이다. 이런 것들이 장벽을 세운다. 따라서 이런 힘으로 세워진 모든 것은 악령에 의해 조종된 것이요, 만들어진 것이다. 성령은 장벽을 무너뜨리는 힘이다. 남녀의 차별도, 성소수자의 차별도, 나이의 차별고, 가문의 차별도, 힘과 권력의 차별도, 가난과 부의 차별도, 민족의 차별도 보이는 것마다 무너뜨리는 힘이다. 이것이 바로 성령의 힘이요, 성령으로부터 나오는 권능이다. 권능은 원어로 뒤나미스(δύναμις)다. 영어로는 다이내믹(dynamic)이다. 역동적인 능력이다. 영어성경은 이 단어를 파워(power)로 번역을 했는데 동의할 수 없다. 이 권능은 세상의 눈으로는 볼 수 없다. 오로지 들을 수 있는 권능이다. 목숨을 내어 놓고, 존재를 내어 놓아야만 들을 수 있는 권능이다. 들어야만 나타나는 권능이다. 만들어지는 세상의 힘과는 질적으로 다른 권능, 뒤나미스(δύναμις)다. 성령의 뒤나미스(δύναμις),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랑의 능력이다. 어떻게 아는가? 사도행전 2장으로 가면, 성령으로 충만하게 되자, 사람들이 방언으로 말한다. 그런데, 각 나라 사람들이 자기들의 언어로 알아듣는다. 무엇이 일어난 것일까? 말을 못하는 사람이 “어버버, 어버버” 말을 한다. 그래도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 갓난아기가 말을 한다. 세상은 알아듣지 못해도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 프랑스에 가서 한국어로 말을 한다. 그래도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들이 알아듣는가? 사랑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알아듣는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유일하게 말할 수 있고,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가 사랑의 언어다. 말이 필요 없는 세계가 사랑의 세계이다. 사랑의 세계에서는 세상(cosmos)의 언어가 필요 없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오로지 하늘의 언어(방언)이다.   사도행전 2장 하반부로 가면, 더 정확하게 설명을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함께 지내는 일이 일어나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일이 생긴다. 재산과 소유를 팔아 필요한 사람들이 나누어 쓰는 일이 일어났다. 이것이 무슨 조화인가? 사랑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따라서 성령의 권능은 사랑이다. 권능이 작용하는 방식은 사랑이다. 노파심에 사족을 붙이자. 사랑과 사랑의 현상을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일들이 일어난 것은 사랑의 결과이지, 이런 현상이 사랑인 것은 아니다. 사랑보다도 현상을 중시하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장벽을 치게 될 것이니 정말로 조심하라! 사랑에는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이상한 속성이다. 흘러넘치는 속성이다. 물이 둑을 타고 넘듯이 넘실거리는 속성이다. 해야 한다는 강박도 없고, 당위도 없다. 그 흔한 이유도 없다. 왜? 사랑이기 때문이다. 온갖 장벽들을 무너뜨리되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 덮어 버린다. 장벽이 높으면, 단지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다. 예수님은 “사랑(성령)이 임하면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될 것”이라고 한다. 증인이 된다고 하는 말의 일반적 용례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증인은 이와 다르다. 사랑을 언어나 말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존재로 받았고, 온 몸과 맘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증인은 말하는 증인이 아니라 예수의 존재를 담아내는 증인이다. 사랑의 전파는 원을 그리면서 전파되기 마련이다. 때로 삼각형, 타원, 마름모 등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곳에 있는 장벽 때문이지, 사랑 때문은 아니다. 하늘의 뜻은 항상 둥근 원을 그리지만, 그것을 받는 세상이 일그러뜨린다. 사랑은 동심원을 그리기 때문에 항상 마주보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 마주보고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그 너머를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사랑은 항상 안을 향한다. 밖은 흘러넘치는 곳이다. 이것이 뒤바뀌면, 자기의 명예를 충족하기 위한 하나의 구실에 불과한 일이 된다. 잘해도 거지에게 동냥하는 적선 밖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은 예루살렘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