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산타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박정철 (2012-12-08 16:38)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약 2:15-17)   캐럴송이 흐른다.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탄 트리가 곳곳에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오래 전, 트리 속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한껏 들뜬 마음에 흥분을 느껴보기도 했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트리 속 세계는 우리가 꿈꾸는 것으로 펼쳐지고 있겠지. 마치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 하나씩을 켤 때마다 보였었던 그 세계처럼.      성탄절이 다가올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군대의 애틋한 기억이 있다. 강원도 산골짜기 그 깊은 곳에서 외로움과 그리움에 사무치는 날들 가운데, 그래도 낮에는 바쁜 일과 속에서 그런대로 시간을 때워 보낼 수 있었지만 밤에 침낭을 뒤집어쓰고 누울 때면 고향 생각과 교회 생각, 그리고 친구 생각에 잠 못 이루며 뒤척일 때가 많았었다.    그런 날들 중에서도 유독 추억이 많았던 성탄절기가 되면 잠 못 이루는 고통이 진하디 진했었다. 1막 1장이 지나가듯 지난날들의 추억이 뇌리를 스치고 갈 때면 잠을 도통 이루지 못했다. 떨쳐내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그 기억들은 더 파고들었었는데, 이젠 그 순간이 내게 또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 번은 군에서 성탄절이 다가올 때 소대회의를 통해서 성탄절 행사를 기획했던 적이 있다. 각자의 군화를 벽에다 걸어놓고 그 군화 속에 편지와 선물을 넣어서 서로의 마음을 나누자는 것이었다.     미대를 다니다 온 한 병사를 중심으로 산타가 코가 밝은 루돌프를 타고 마을을 향해 내려오는 모습을 꾸며놓고는 저마다 훈훈한 전우애와 더불어 마음이 담긴 편지와 선물들을 군화에 채워 넣기 시작했다.   성탄절 당일, 모두들 군화 속에 담긴 물건들을 집어 들고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때 후임병 하나가 기뻐서 외쳐대던 그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성탄절 때면 내게 다가온다.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여태껏 산타가 없다고 여기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산타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연말이다. 날씨가 더 추워지고 있다. 추위와 외로움에 떨고 있을 이들이 많을 것인데, 오늘 하나님께서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이 성탄절기에 우리로 산타가 되기를 원하지 않으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