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나무, 썩은 나무(눅6:43)

문동수 (2013-01-05 12:42)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지 않고, 또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눅6:43; 표준새번역) “못된 열매 맺는 좋은 나무가 없고 또 좋은 열매 맺는 못된 나무가 없느니라.”(눅6:43;개역개정) ‘좋다’는 뜻은 무엇이고, ‘나쁘다’는 뜻은 무엇인가? 그리스말로 된 성경을 보지 않고는 참으로 감 잡기가 힘든 성경이다. 원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도덕적인 의미로 이 말씀을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좋다, 나쁘다는 말을 사회적 통념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적, 도덕적 통념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일치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도둑질 하면 나쁘다고 한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없다. 그러나 도둑질의 범위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단순하게 물건을 하나 훔친 것이라고 정의한다. 조금 멀리 보는 사람들은 세금 같은 것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것까지 포함해서 도둑질이라고 한다. 좀 더 멀리 보는 사람들은 민중의 것을 착취하는 것까지 도둑질이라고 한다. 다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은 도둑질하게 만드는 상황을 문제시하기도 한다. 도둑질 하나에 대해서도 사회적, 도덕적으로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그러니 여기에서 좋다, 나쁘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차피 저마다 자기 기준에서 좋다, 나쁘다를 결정한 터이니 말이다. 원어로 돌아가 보자. ‘좋다’는 말은 원어로 ‘칼로스’(καλός)라고 하고, ‘나쁘다’ 또는 ‘못된’이라는 말은 ‘싸프로스’(σαπρός)라고 한다. 칼로스는 ‘좋다’고 번역한 것이 옳다. 그러나 싸프로스는 ‘나쁘다’ 또는 ‘못된’이라고 번역을 하면 안 된다. 이 말은 ‘썩은 것’ 또는 ‘부패한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오늘 말씀은 “좋은(살아 있는)나무가 썩은 열매를 맺지 않고, 썩은(죽은)나무가 좋은(살아있는)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번역을 해야 한다. 벌써 감이 잡힐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과 썩은 것, 또는 죽은 것이 대비되고 있는 말이다. 너는 살아 있는 나무인가, 아니면 죽은(썩은) 나무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성경에서는 사람이 하늘에 잇닿아 있는 것을 살아 있다고 한다. 반면에 썩은 것은 세상(cosmos)에 터하고 있는 것을 썩었다,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말씀은 “너라는 나무는 하늘에서 비롯된 존재인가, 아니면 세상에서 비롯된 존재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부분은 “반쯤은 하늘에, 반쯤은 세상에”라는 답변을 하거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쯤 썩어서 죽어 있고, 반쯤은 살아 있는 나무란 없다. 죽은 나무 또는 살아 있는 나무 밖에 없다. 미운오리새끼 우화가 있다. 자기가 오리라고 착각하고 살았던 백조 말이다. 자신은 백조인데 오리라고 생각하니 날지 못하는 것이다. 착각이 자신을 옭아매어 평생을 착각 속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그렇다. 세상에 살고 있다는 착각이 하늘에 잇대어 사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당신은 날 때부터 하늘의 명을 받고 태어났다.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이 세상에 온 것이다. 이것은 각(覺)하라! 각(覺)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과 다른 차원이다. 맘만 가는 것이 아니다. 몸이 따르는 것이 각(覺)하는 것이다. 그래서 46절 이하에 예수님은 행함을 말씀하고 있다. 이 행함은 세상(cosmos)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일, 선한 일 따위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아들로 살라는 것이다. 하늘나라의 사람으로 서 있으라는 것이다. 존재하라는 것이다. 나무가 항상 거기 서 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