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을 찾아들 듯’

박정철 (2012-07-27 21:25)

‘아침에 요셉이 들어가 보니 그들에게 근심의 빛이 있는지라 요셉이 그 주인의 집에 자기와 함께 갇힌 바로의 신하들에게 묻되 어찌하여 오늘 당신들의 얼굴에 근심의 빛이 있나이까’(창 40:6-7)   며칠 동안 계속 덥다. 아이들이 즐겨보는 ‘개그 콘서트’ 한 코너의 유행어를 따라 해 보면 “더워도 너무∼ 덥다.” 몸도 목도 굵다보니 흐르는 땀으로 인해 밤에도 숙면을 취하기가 쉽지 않는데, 깨고 또 깨면서 연신 선풍기의 시간 타이머를 돌려댄다.   어릴 적 고향 동네 마을 어귀에는 요즘 같이 더운 날이면 할머니들이 큰 나무 그늘 아래로 모여 들었다. 한 손에는 비료푸대를 가지고 만든 부채를 하나씩 드시고 또 다른 한 손에는 옥수수나 감자를 쪄서 봉지에 넣고서는 찾아드셨다. 이미 굽어진 허리 위로는 모두들 지난날들의 이야기 한 보따리를 짊어지시고는 그 그늘 아래에서 서로들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들도 함께 나누셨다. 돌아서 생각해 보니 그 무더운 여름에도 서로들 함께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심심치 않으셨을 것인데.   그 할머니들은 논밭에 일을 보기 위해 오고가는 동네 사람들의 인사를 다 받으시면서 한 말씀을 건네주시는 것도 늘 잊지들 않으셨다. “덥지.” “고생들 많아.” “좀 쉬다 하지 그래.”   무더운 여름, 이런 날에는 자신의 몸 하나 추스르기가 쉽지 않다. 괜한 작은 일에도 짜증을 부려봄직하고, 날씨 탓하며 내 이기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지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이런 날 내 몸을 세워 누군가를 위해 일어나 일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인데 교육관 앞에 큰 채광막이 하나 쳐졌다. 이상경 집사님이 아침 일찍이 나오셔서 수고를 하셨는데 밑에 서 보니 괜히 시원함이 느껴지고 수련회를 온 교회들도 너무들 좋아하신다. 늦은 오후 그 채광막 아래에 모여 음식을 나누시는 모습이 참 편안해 보이고 넉넉해 보인다.   그 아래에서 나도 그늘 같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누구나 찾아와서 편히 쉬고 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박해지고 삭막해지는 이 세대 속에서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살아갈 수 있다면 풍성한 삶이리라.   요셉이 자기도 힘든 그 감옥의 자리에서 다른 이들을 돌보며 섬겼듯이 우리도 우리의 자리에서 그늘진 사람들에게 그늘 같은 삶으로 다가갔으면 하나님께서 참 기뻐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