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 -믿음1

문동수 (2012-06-26 04:58)

어리석음 -믿음1 그리스도교는 믿음의 종교라고 한다. 그래 맞다. 믿음이라는 말도 그리스도교에서는 참으로 중요한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믿는다는 것”을 저마다 다르게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믿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가장 심각한 오류는 믿음의 주체를 “나”로 생각하는 경우이다. 내가 믿음의 주체다. 그러다 보니, 논리상 오류가 생긴다. 그리스도교는 전통적으로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믿음의 주체가 내가 되고 보면, 믿음이 행위가 되어버리고 만다. 다시 말해 내가 “믿는 행위”로 구원을 얻는다는 말이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말로는 “믿음으로의 구원”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행위의 구원”을 역설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믿음의 주체는 “나”일 수 없다. 객체는 아니지만, 오히려 객체에 가깝다. 이런 말이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믿음에 관한 한, 나는 “객체적 주체”이다. 놀랍게도 성서의 원어를 살펴보면 이것은 더욱 뚜렷해진다. 로마서 3장 22절에 이런 표현이 있다. “δικαιοσύνη δὲ θεου / δια πίστεως Ἰησου Χριστου / εἰς πάντας τοὺς πιστεύοντας / οὐ γάρ ἐστιν διαστολή” (하나님의 의/ 예수그리스도의 믿음을 통하여/ 믿는 모든 사람에게/ 거기에는 아무 차별이 없다.) 이 문장을 우리말 성경에서는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니 차별이 없느니라”고 번역을 했다. 물론 이 번역이 아주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말 성경은 “δια πίστεως Ἰησου Χριστου”를 대격으로 번역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장을 여격으로 번역을 하면 “예수그리스도의 믿음으로 통하여”라고 번역할 수 있다.(그리스말에는 대격과 여격이 글자 생김새가 똑같다) 그렇게 되면 믿음이라는 것에는 내가 주체가 아니라 예수그리스도가 주체가 된다. 자 어려운 이야기는 뒤로 하고, 말을 쉽게 한번 해 보자. 내가 어떤 친구를 믿는다고 해 보자. 여기서 주체는 누구인가? 내가 주체가 되면, 나중에 꼭 이런 말을 할 것이다. “내가 너를 믿었더니, 네가 나를 배신해!” 왜 배신을 당하는가? 내가 믿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친구를 진심으로 믿었다면 이런 말은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믿음의 주체는 상대방이기 때문이다. 믿음의 주체가 친구라면, 발등을 찍히는 한이 있어도 믿는 것이다. 그를 믿기로 작정을 했다면, 만약 그가 죽어주길 바란다면 그를 위해 죽어 주는 것이 믿음이다.     믿음에 있어 내가 주체가 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내가 주체이기 때문에 내가 먼저 판단한다. 믿기 전에 판단한다. 판단이 믿음이다. 그래서 엄밀한 의미에서 이것은 믿음이 아니다. 믿음을 가장한 고도의 사기술이다. 이런 종류의 사기는 우리들 주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을 믿게 된 이유는 그를 믿으면 무언가 얻을 것이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이익이 없어지면 헌신짝처럼 믿음은 버려지게 된다. 이것이 신앙하고 연결이 되면 어떻게 되는가? 예수를 믿는다고 말하면서 예수를 조작한다.(이것은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이 행하는 것이다.) 실제의 예수님과 하나님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자기 생각에 예수님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를 미리 결정지어 놓고, 예수님을 믿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예수님과 하나님을 자기의 생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더 이상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에게 믿음을 설명하는 것은 거의 “돼지에게 진주를 던지는 격”에 가깝다. 참으로 안타깝다. 신앙인들 중 상당수가 이런 식의 신앙인들이고, 교회는 그것을 용납한다. 아니, 어쩌면 교회도 그것을 모를지도 모른다. 그러니 부흥회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도깨비 방망이요,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아니던가? 자신을 주체로 놓고 믿는 믿음은 필연적으로 우상 숭배로 이어진다. 말로는 하나님을 믿는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생각을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교회에서는 주여 삼창을 많이 한다. 주여 삼창을 아무리 많이 해도 결국에는 돈의 신 맘몬을 부르는 것이고, 만들어낸 신을 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믿음이란 “하나 된다”는 것과 거의 동의어다. 아버지가 아들 안에 있는 것이 믿음이고, 아들이 아버지 안에 있는 것이 믿음이다. 사도바울도 이야기한다.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이제 사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육신 안에서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셔서, 나를 대신하여 자기 몸을 내주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입니다.”(갈2:20) 이것이 믿음이다. 나라는 주체가 없어지는 것이 믿음이다. 그래서 온통 그리스도만 남는 것이 믿음이다. 예수님도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라” 나라는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 믿음이다. 내가 무(無)가 되고 공(空)이 되는 것이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