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나기’

박정철 (2012-07-21 12:43)

‘한 달란트 받았던 자는 와서 이르되 주인이여 당신은 굳은 사람이라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줄을 내가 알았으므로 두려워하여 나가서 당신의 달란트를 땅에 감추어 두었었나이다 보소서 당신의 것을 가지셨나이다’(마 25:24-25)   그렇게 많은 비를 뿌려대던 장맛비가 몸도 마음도 눅눅하게 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무더운 날씨로 지치게 할 모양이다. 한 밤 중에 목 주위에 흥건히 젖어 있는 땀이 단잠을 방해한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건만 벌써부터 시작된 열대야로 힘이 드는 게 사실이다. 밤을 설쳤으니 낮까지 설칠까 괜한 걱정이 앞선다. 매미가 본격적으로 울부짖고 있다. 한 맺힌 소리처럼 그 소리 한 번 카랑카랑하다. 자기들의 때가 오래지 않음을 알기에 생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울부짖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 한 쪽이 괜히 아려오기도 하는데.   그 짖음은 오늘 이 때를 살아가고 있는 내게 감히 묻는다. “그럼 넌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 뜨거운 여름에 넌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 “넌 살면서 불의한 재판관을 찾았던 과부의 원한 맺힌 기도의 제목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 여름은 핑계를 대기에 좋은 때다. ‘더운데’ ‘힘든데’ ‘그래 더우니까’ ‘그래 지치니까’ 하는 생각에 의욕을 가져가기가 쉽지가 않다. 게슴츠레한 눈을 가지고 다리를 쭉 땅바닥에 뻗어서는 자빠져 있는 개들이 상팔자처럼 여겨지는 때다. 그냥 있어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그렇게 힘들게 애쓰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인데.   그런데 더울 때에 더위를 핑계대면 문제는 추울 때에 역시 추위를 핑계되기 쉽다는 것이다. 비올 때 비를 핑계대면 바람 불 때 바람을 핑계대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자리를 힘있게 지켜가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유와 변명을 늘여놓기 시작하면 해야 할 것보다 안 해도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삶으로 드러나고 말 것인데. 그러면서 변명에 익숙해짐으로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버거운 삶으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늘 이 시간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는 매미들의 질문 앞에 서 있다. 대충 더우니 물 말아서 한 끼 때우듯 시간들을 보낼 것이냐 아니면 고추장에다 밥을 쓱쓱 비벼서는 된장찌개와 우걱우걱 씹어서 먹을 것이냐? 악하고 게으른 종으로 핑계나 되면서 보낼 것이냐 아니면 착하고 충성된 종으로 세워지기 위해서 힘써 갈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