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된 사자

박정철 (2012-06-23 14:32)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 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느니라’(잠 25:13)      파도소리가 시원하다. 전국적으로 참 무더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는데 양남 바닷가는 서늘하리만큼 시원하다. 눈을 감고 바람을 받으니 그저 편안하다. 부서지는 물결은 어찌 그리 흰지, 푸른 빛과 흰 빛이 조화를 이뤄 보여지는 것이 파도소리만큼이나 아름답다. 내게 주어진 이 삶의 자리가 그 어느 곳이든 아름다움으로 채워나가야 함을 깨닫게 된다.   수평선 멀리 저 바다는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오자마자 꽤 소리를 높인다. 아직 못 알아듣는 것이 많은지 우렁찬 하늘 음성으로 내게 다가오고 있다.   ‘항상 기뻐해야 한다’는 것인지,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것인지, ‘범사에 감사하면서 살라’고 하는 것인지 쉼 없이 쉼 없이 내게 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는 삶이어야 한다는 것과 흐트러지기 쉬운 생각들과 흩어졌던 삶의 모습에 힘겨워하고 있는 내게 잘 추슬러 일어나 걸어가라고 하는 것이다.        6월의 마지막 주간이다. 2012년도를 시작하면서 계획했었던 여러 가지의 것들이 있다. 부푼 가슴에 적어내려 갔던 그 계획들이 아직 내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 일 년의 반을 보내버린 이 시점에서 그 계획들이 아우성치고 있다.   가끔씩 문득 예전 어린 날의 내 모습에게서,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서 보여지는 것처럼 방학이 시작되기 전 이루지도 못할 방학 계획표를 거창하게 세워놓은 것처럼 되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오늘 이 순간이 후회만 남을 시간들로 지나가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것이다.   그래서일까. 다 쓴 볼펜에게서 희열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이들이 좋아서 사 놓고는 두 어장 적다가 내버려둔 수첩을 빼곡하게 적어감으로서 그 어떤 위안을 삼으려는 것일까. 몇 번을 말아 올린 치약을 다 짜고서 버려야만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것일까. 세운 계획에 따라 이룬 결과가 있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금도 괜한 것에 매여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절로 눈이 감겨져 시원함에 감사가 넘쳐난다. 내 인생의 마지막 찬바람 속에서도 의연할 수 있도록  내 삶을 꼭꼭 채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