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는 개미를 보면서’

박정철 (2012-07-14 08:06)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라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요일 4:9-10)   바닷가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있으니 개미 한 마리가 어디로 가는지 쉼 없이 자기 갈 길을 간다. 그 개미를 보면서 어린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도대체 개미가 어디로 가는지 그 끝을 보자는 것이었다. 어떤 땐 한 마리의 뒤를 줄기차게 따라가 본적도 있다. 또 어떤 땐 수없이 많은 개미들이 집단으로 이동하는 것도 계속해서 지켜봤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원했던 내 바람과는 달리 지금껏 한 번도 그 개미들의 종착지를 보지를 못했다.     그 날, 내 앞을 지나치는 그 개미를 보면서 못된 마음이 들었다. ‘이 개미를 내가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이었다. 손톱으로 그냥 콕 누르면 그 개미는 죽고 말 것이었다. 바로 내가 그 순간에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오늘 그 개미는 죽을 수도 있었고 살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하나님 생각이 들었다.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생각은 어떠실까. 개미는 나를 보지 못하지만 나는 그 개미를 보고 있듯 내가 하나님을 보지 못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나를 훤히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를 두려움이 들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도 나처럼 그런 생각을 가지시고 손톱으로 나를 콕 하고 누르시면 난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찔하다. 그래도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내 목숨이 아직 붙어 있는 것을 보니 하나님께서 그럴 생각이 없으신 모양이다. 하나님께서 나처럼 그렇게 못된 생각을 가졌더라면 난 두려워서 잠시도 살지 못할 것이라 생각을 하니 사랑이신 하나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두 남녀가 서로 뭐가 그리 좋은지 난리다. 들어올렸다, 안았다, 입 맞추다 정신이 없다. 그 바닷가에 자기들 밖에는 없는 것처럼 뭐가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서로 사랑에 눈이 먼 듯 자기들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는 모양이다. 저렇게들 좋아하는 것을 보니 사랑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오늘 이 바닷가에는 사랑이 넘실거리고 있다. 지나치는 그 개미에게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고, 눈 먼 두 남녀의 사랑에서 날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노래하게 된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없는 하나님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