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 함께 커피 한 잔을’

박정철 (2012-07-07 14:30)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시 1:1-2)   한 번은 어느 분에게 점심을 대접했더니 커피 한 잔을 마시자고 하신다. 그래서 ‘커피 정도니’ 하면 별 부담 없이 커피숍에 들어갔는데 계산할 때보니 밥 먹은 값이나 커피 한 잔 값이나 거기서 거기다. 그 분의 이야기에 의하면 서울의 많은 젊은 층들이 밥은 그냥 대충 때워도 커피만큼은 꼭 비싼 것을 시켜서 마신다는 거다. 어떤 커피를 마시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격이 달려져 보인다는 생각에 좀 비싼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요새는 누구와 함께 어디에서 어떤 분위기로 마시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고 하니 자판기 커피에 이미 오래 전부터 익숙해져 있고, 일회용 커피 믹스의 달짝지근한 맛에 빠져 있는 내게 있어서는 문화적 충격이 있기 마련이다. 촌에서 목회하고 있는 촌놈 목회자에게 있어서는 이런 세대의 풍조를 받아내기가 다소 버겁기도 하다.   내게 있어 커피 맛이 제일 좋을 때는 뭐라 해도 설교를 준비하면서 홀짝거리며 마실 때다. 말씀을 묵상하고 삶의 경험들을 되새기면서 설교를 준비할 때 마시는 그 커피 한 잔은 목회자인 내게 있어 주님께서 주시는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목요일 날, 장맛비로 어수선해 있을 때 커피 한 잔을 들고 바닷가로 향했다. 걸어가면서 절로 감사가 나왔다. 바다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특권인가 말이다. 믿는 자로서 하나님을 늘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가. 비 오는 날에 커피 한 잔과 끝없는 바다와 주님의 은혜가 함께 어우러지니 이 양남에서의 삶이 풍성하고 감사하다.   비록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비싼 커피는 아니지만 홀로 나와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그 커피는 값으로 매길 수 없을 것 같고, 그것이 허풍으로 보여질지언정 뭐 괜찮을 성 싶고, 말씀을 곱씹을 때 영감을 주시는 주님의 큰 은혜가 바다보다 넓은 듯 하고, 이렇게 글 나부랭이라도 긁적일 수 있도록 생각의 주머니를 열어주시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