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할 자리

박정철 (2013-07-20 14:29)

‘하나님이 벌레를 예비하사 이튿날 새벽에 그 박 넝쿨을 갉아먹게 하시매 시드니라 해가 뜰 때에 하나님이 뜨거운 동풍을 예비하셨고 해는 요나의 머리에 쪼이매 요나가 혼미하여 스스로 죽기를 구하여 이르되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내게 나으니이다 하니라’(욘 4:7,8)   조석으로 변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한다. 금방 좋다가도 금방 싫어지니 하는 말이겠다. 한 개가 생겨서 좋아하다가도 두 개가 없어서 실망스러운 모습에서겠다. 그래서 인간을 간사한 존재라 일컬을 때가 있다.   앉아 있기만 해도 손발에 땀이 흥건히 배이는 무더운 여름이다. 연신 손과 발을 씻어보는데, 이런 날씨에도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건강한 땀을 흘려가는 이들이 있어서 좋다. 날씨에 따라 좌우되지 않고 주어진 자리를 굳게 지켜가는 이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이런 날씨에 우리의 입술에서 나오는 소리 중에 하나가 ‘더워서 죽겠다’ ‘더워서 못 살겠다’는 말들이다. 마치 구약의 요나가 해가 자기 머리에 쪼일 때 스스로 죽기를 구하면서 했던 말처럼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나으니이다’ 우리도 그러고들 있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힘들면 힘들어서 죽겠다고 하고, 아프면 아파서 죽겠다고 하고, 배고프면 배고파서 죽겠다고 하고, 서러우면 서러워서 죽겠다고 하면서 온갖 것에 죽겠다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지는 않는지. 죽겠다고 아우성이니 그 삶에 생명 살림의 역사가 있을 리는 만무하겠고.   주일 오전 설교 준비를 생각하다가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그래서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할 자리’라는 제목을 잡아 놓고는 설교의 착상을 기다렸다.   그러다 밥 먹을 때가 되어 아침밥을 먹기 위해 식사 기도를 하면서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러는데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 내게는 이 식사 시간이 기쁘고 기도하고 감사하는 자리구나!’ 싶은 것이 웃음이 나온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자리가 다 기쁘고 기도하고 감사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욥처럼 주신 것에만 아닌 취하신 것에도 감사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이 무더운 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는 정오의 아스팔트 위에서도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너무나도 좋겠다. 그래서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하늘의 사람으로 이 천국 지점인 이 땅에서의 삶이 풍성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