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한 마리

박정철 (2013-06-29 19:32)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사 49:15-16a)   여름이 되면 더운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모기와 파리로 인해 영 신경이 거슬린다. 성격도 그리 느긋하지 못해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지라 어떻게든 눈에 보이는 대로 잡아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여름이면 더위보다 이 놈들로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인데, 낮에는 파리와 밤에는 모기와 피 터지는 사투를 벌이게 된다.   며칠 전에 새벽녘에 아이들과 같이 잠을 자고 있는데 간지러워서 긁다가 불을 켜서 보니 모기에게 물려 있는 것이다. 괜한 오기가 생겨서 잡으려고 둘러보다 보니 벌써 새벽 기도회에 나갈 시간이다.  어떻게 할 수 없어 그냥 아이들만 두고 나오는데 영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분명 그 모기가 아이들을 물 것이 뻔한데, 아빠로서 그 시간에 어떻게 해 줄 수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때 드는 생각이 있다. 아이들을 향한 아빠의 마음도 이럴진대 당신의 자녀들을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심정은 더 하시겠지 싶은 것이 괜히 은혜가 된다.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만 하는 당신의 자녀들로 하늘 아버지의 마음은 늘 안타까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모기 한 마리로 인해 주시는 감동이 크다.   또 한 번은 그날도 잠에 빠져 있었는데 귓전에 울려오는 모기 소리에 피곤한 눈을 비비면서 불을 켰다. 아이들이 제멋대로 뻗어서 잠에 빠져 있었는데, 아무리 주위를 뒤지고 살펴도 모기를 찾을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자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는 나는 그냥 덮지 않은 채 맨 몸을 드러내고 누웠다. 이러면 모기가 아이들에게 가지 않고 내게 찾아들 것인데, 그러면 나는 물려도 아이들은 괜찮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그때도 괜한 감동이 있었다. ‘아, 예수님께서 우리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달리신 것이구나!’ ‘아, 대신당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구나!’ 싶은 생각에 은혜가 된다.     6월 마지막을 지나 7월로 가는 이 무더운 여름날 밤에 하나님께서는 모기를 통해서 또 어떤 감동을 주실지, 그 고통을 동반한 한여름 밤의 전투는 치열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