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가운데’

박정철 (2013-07-06 14:10)

‘해로 낮을 주관하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달과 별들로 밤을 주관하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시 136:8,9)   어느 목사님은 예배를 시작하면서 늘 날씨에 대한 감사를 드렸다고 한다. 그런데 하루는 폭풍우가 치는 주일 아침이었다. 그때 성도들은 서로 간에 이런 이야기를 했단다. “오늘 이런 날씨에 목사님께서 감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에 모두들 긴장하며 목사님의 기도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는데, 이렇게 기도하셨다고 한다. “하나님, 오늘 같은 날을 매일처럼 주시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잔뜩 찌푸린 날씨로 습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옷이며 이불이며 눅눅해져서 제습기를 돌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지루한 장마가 언제까지 계속되나 싶은 것이 햇살이 그리워지는 때다. 해가 그렇게 밝게 내리쬘 때에는 못 느꼈었는데 이 장마 기간에서야 그 햇살에 대한 고마움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찾아든다. 햇볕 한 점과 바람 한 점에도 고마움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으로 아끼고 소중히 여겨가야겠다.   오늘 이 자리를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살아가고 있는 이 자리를 그저 무덤덤하게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별 의미 없는 모습으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피곤하고 바쁘다는 어쭙잖은 생각의 포로가 되어 하나님께서 주신 놀라운 선물들을 포장도 뜯어보지 않은 채 뒷방에 던져 놓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는 이 때에 햇살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면서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며칠 전부터 귀가 멍하고 아픈 것이 영 신경에 거슬린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런 일을 접하고 나니 ‘내 귀도 늘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싶은 것이 알게 모르게 잔뜩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세월이 가나 보다.   이제껏 한 번도 귀에 대해서 이렇다 할 생각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 날 이상 신호를 감지하면서 이 귀로 인해서 얼마나 지금껏 풍성한 삶을 살아왔었는지에 감사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손에도 감사하고, 마음의 감동에도 감사하고, 그 감동에 흐르는 눈물도 감사하다. 모기 퇴치 약을 만들고 있는 아내에 대해서도 감사하고, 아이들에게도 감사하고, 성도들에게 감사하고, 지루해져가는 장마에도 감사하고, 모든 것을 모든 것이 되시는 하나님께도 감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