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마음의 화단

박정철 (2012-05-05 22:15)

‘하나님이 이르시되 땅의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라 하시니 그대로 되어 땅이 풀과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창 1:11-12)   교회당 담벼락 밑에 피어난 민들레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노랗게 피워 올라서는 예쁘장하더니 오늘 보니까 펑퍼짐한 아줌마가 엉덩이를 털썩 퍼질고 앉아있는 것처럼 해서는 자식들을 멀리 떠나보내려는 듯 홀씨들을 준비하고 있다.   누가 깨끗하게 정리해 놓았는지는 몰라도 교회당 옆 화단이 잘 손질되어 있다. 제멋대로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는 풀들을 정리해 놓은 것인데 생각해보니 화단에서 피는 꽃보다 그 손길이 더 아름답다. 그 고마움에 화답이라도 하려는 듯 작약이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아직 이름이 익숙지 않은 꽃들까지 꽃을 피워내고 있다.   작고 소박한 꽃들의 향연 속에서 살아갈 여유와 이유를 찾아간다는 것이 여간만 큰 기쁨이 아니다. 작은 화단을 통해서 베풀어주시는 은혜가 얼마나 큰지 하나님께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작은 화단이지만 볼 때마다 새롭다. 그곳은 내게 눈길과 발길을 머물게 하는 큰 힘이다.   글쟁이로서 어떻든 글을 써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말쟁이로서 많은 생각을 길어 올려서 뭔가를 말해가야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어떤 땐 아무 글도 쓰지 않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있고 싶을 때가 있다. 빈공백과 침묵이 가져다주는 힘이 작다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래도 천직이라 쓰지 않을 수 없고 말하지 않을 수 없어 오늘도 이 자리에 앉아 있다.   지금도 교회당 작은 화단에서는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나고 있고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새 봄이 시작하자마자 피어오르기 시작한 꽃들이 지금도 계속해서 앞을 다투어 피어올리고 있다. 마치 너도 나처럼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 내 마음의 화단에서는 어떤 꽃들이 피어나고 있을까. 비록 작고 소박하지만,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꽃들일지라도 누군가 그 꽃 앞에 찾아와 입가에 감도는 옅은 미소를 띠며 작은 쉼이라도 누릴 수 있도록 이 오월 내 마음의 화단에서도 꽃 한 송이 피어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