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靈)이 가난한 사람

문동수 (2012-04-22 17:48)

영(靈)이 가난한 사람 3“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영이 가난한 사람들은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기 때문에 복이 있다”(사역) “마음”이라는 단어는 원어로 “프뉴마(πνευμα)”이다. 이 말은 “영(靈)”을 뜻한다. 이 단어를 개역성경은 “심령(心靈)”이라고 번역을 했고, 표준새번역은 “마음”이라고 번역을 했다. 심각한 오역이다. 원어는 단순히 “영(靈)”이다. 8절에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복이 있다”에서 쓰인 단어는 “카르디아(καρδία)”이다. 이 단어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음”이다. 이 단어하고는 분명히 구분된다.   3절은 단어의 번역도 이상하지만, 문장 전체의 번역도 이상하다. 3절의 문장을 원어로 한번 보자. “Μακάριοι οἱ πτωχοἱ τῷ πνεύματι, ὃτι αὐτων ἐστιν ἡ βασιλεία των οὐρνων.” 이를 영어성경(NIV)은 이렇게 표현했다.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 for theirs is the kingdom of heaven.” 눈 여겨 볼 것은  ‘for’라고 번역된 “호티(ὃτι)”라는 단어이다. “~때문에”라는 뜻을 지닌 접속사이다. 기이하게도 우리나라말 성경에는 이 단어를 번역하지 않았다. 이 단어를 추가해서 직역을 하면 이렇게 된다. “영(靈)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한 문장으로 만들면 “영이 가난한 사람들은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기 때문에 복이 있다” 가 된다. 어떤가? 그 내용이 무척이나 많이 다르다. 개역개정판이나 표준새번역의 뉘앙스는 영이 가난하기 때문에 ‘나중에 복을 받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들리지만, 원어성경에서는 하늘나라가 영이 가난한 사람들의 것이기 때문에 지금 복이 있는 것이다. 시제도 이 문장에서는 “현재”를 말하고 있다. 나중에 복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복이 있는 것이다.     번역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짚고 넘어가자. ‘영이’라고 번역한 “토 프뉴마티(τῷ πνεύματι)”는 우리나라 말에서는 생소한 “여격”이다. 여격은 관계를 나타내는 명사다. 풀어 말하면, 영이 가난한 것이 아니라 영과의 관계에서 가난한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영을 내가 소유한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안에 있기도 하지만, 내 안에 있는 것만이 아닌 것이 바로 영이다. 영은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번역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영을 내가 소유한 것만이 아님을 명심하고 읽으면 되겠다. 자, 그러면 영이 가난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자. 영이 가난한 것의 극치를 우리는 예수님에게서 본다. 바울은 이렇게 말한다. “그분은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빌2:6-8)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아니다. 영이 가난한 것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는 없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비워내셨다. 무엇 때문에? 연민과 사랑 때문이다. 세상이 멸망으로 가는 것을 더 이상 보고 계시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하늘 영광을 버리고 종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내려오신 것이다. 이런 마음이 있고, 그 마음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바로 영이 가난한 것이다. 그래서 영이 가난한 사람의 모습을 우리는 예수그리스도에게서 본다. 이런 사람이 복이 있다. 예수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사람이 복이 있는 것이다. 성서에서는 이 외에 다른 복은 없다. 교회는 이런 복을 선포하고 있는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의 교회는 십자가와는 전혀 상관없는 물질의 복, 건강의 복, 자식 복 등을 말하고 있다. 재산 좀 있다는 신자들에게 꼭 듣는 말이 있다. “하나님께서 복을 주셔서 이렇게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잊지 말라! 단 하나의 복이 있는데, 그 길은 예수그리스도께서 가신 그 길을 그대로 따라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