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나왔습니다.

박정철 (2012-04-28 15:54)

‘바다와 거기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중에 거주하는 자는 다 외칠지어다 여호와 앞에서 큰 물은 박수할지어다 산악이 함께 즐겁게 노래할지어다’(시 98:7-8).   봄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던 날 오후에 바닷가에 나왔습니다. 쳐지기 쉬운 때, 이것저것 생각해서 정리할 것은 많은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괜한 답답함이 밀려오고 있을 때 바닷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나가 보면 뭐라도 잡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주일은 나가오는데 그냥 있다 보면 이 하루가 그냥 지나쳐버릴까 하는 괜한 염려가 내게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때 마침 바다에 보니 군데군데 그물을 내려놓은 것이 보입니다. 그 그물에는 뭐가 걸려 있을까요. 저녁 반찬거리라도 건져 올릴 수 있을까요. 내다 팔 문어라도 들어앉았을까요. 늘어선 그물에는 정말 큰 기대감이 함께 합니다.   나 역시 생각의 바다에 그물을 내려 건져 올리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성도들에게 이 봄 날에 싱싱한 고기라도 먹여 건강할 수 있도록 큰 놈들이 걸려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먹고 힘을 낼 놈들이 퍼덕 퍼덕거리며 잡혀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답답해서 나간 바닷가, 무엇보다 탁 트인 바다와 함께 파도소리가 좋습니다. 시간을 재촉하는 방안에서의 시계소리보다 울림이 큰 파도소리가 내 심령 속 깊은 곳까지 밀려오는 듯합니다. ‘째깍째깍 째깍째깍’ 잠시도 나를 내버려두지 않는 시계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부족한 내 모습이지만 이런 나까지도 받아줄 수 있는 바다의 여유와 너그러움이 좋습니다.   사람들이 몇몇 차를 몰고 와 바다를 응시하다 갑니다. 쉼을 누리고 싶은 것이겠지요. 늘 뭔가에 쫓기듯 뒤도 옆도 위도 보지 못하고 바삐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푸른 바다의 넉넉함이 깃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웃어주고 울어주며 함께 아파해주며 품어주는 이들이 이 세상에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찾아들게 하는 힘, 머물게 하는 힘이 바다에게는 있습니다. 우리 좋으신 하나님께서 이 좋은 것을 우리에게 허락해 주셨습니다. 오늘 이 시간 바다와 함께 박수치며 갈매기와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