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권력이다(?!)

이순락 (2012-05-01 11:03)

“여호와의 미워하시는 것...교만한 눈, 거짓된 혀...악한 계교를 꾀하는 마음, 망령된 증인, 형제를 이간하는 자니라.”(잠언 6 : 16~19) “위원장님, 이 선거 이제 하나마나 우리가 이긴 겁니다. 우리 청자봉(청년자원봉사단, 일종의 특공대 및 후보자 경호팀)이 특종을 잡은 거 아입니까.” “뭣이라고? 상세히 말해봐.” 청년조직부장인 ‘최’가 흥분하여 위원장께 보고한 내용은 이랬다. 즉, 상대 후보의 부정선거운동 현장을 습격, 비디오카메라로 몽땅 촬영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증거물까지도 확보했다고 뛸 듯이 기뻐하며 보고를 하였던 것이다. 선거법을 위반한 상대방 후보는 비록 아무리 힘센 여당 후보라고 하나 워낙 ‘중대한 위법사건’이고, 그 ‘증거’까지 확실하게 채집했으니 (선관위에)고발하면 ‘끝장’이라는 것이다. 늘 수세에 몰려있던 힘없는 야당 후보의 설움을 한꺼번에 날려 보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그래서 우리 측 선거운동 사무실은 사뭇 흥분 속에서 거의 축제 분위기로 젖어 들게 했었다. 상대 후보는 깨끗이 사퇴를 하거나, 아니면 구속당할 처지라는 양자택일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내용은 이랬었다. 상대방 후보 측 여성 당원들(?)이 선거운동 기간 중에 관광회관을 통째로 빌어 질펀한 술판을 벌이면서 ‘단합대회’를 개최했던 것이다. 이는 누가 뭐라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사항인 것이었다. 여성 당원들이라고 하지만 거의가 평범한 유권자들로 구성되었었다. 또한 음주가무로 흥청망청하는 불법선거운동을 자행했으며, 그 현장에 상대 후보자의 부인이 실제적인 주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 팀 청자봉 요원 중의 한 사람과 지근거리에 있는 어떤 여성을 상대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심었던 것이었다. 그를 통해 입수한 특급 정보를 활용한 결과였다. 청자봉 팀이 현장에 습격했을 때 상대 후보 측 부인은 물론이고, 핵심 당원들(선거운동원)은 혼비백산하여 넘어지며 자빠지는 등으로 숨고, 도망치기에 바빴었다. 그들의 그러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카메라에 담았음은 물론이다. 행사장은 지하업소였으며, 행사장 입구에는 버젓이 “oo당 여성당원 단합대회 행사 중이오니 일반인 출입은 삼가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간판까지 설치했으며, 그 간판을 증거물로 채집했었던 것이다. 상대 후보 측은 초상집 분위기였음은 불을 본 듯이 훤했다. 정확한 소식통에 의하면 상대 후보는 격노하여 불벼락을 치듯 했었다고 했다. 더구나 자기 부인을 향해 거침없이 육두문자를 쓰면서 길길이 뛰었다고 했다. “여편네가 집구석에나 조용히 들앉았지 뭔 지랄한다고 선거운동이냐. 내 언제 당신에게 선거운동 하라고 했더냐?”식으로... (다만, 이 표현은 상상에서 우러나온 것일 뿐이긴 하다.) 반면에 선관위에 이 사건을 고발한 우리 팀은 사기충천하여 잔칫집 분위기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 검찰에 까지 송치된 사건이었지만 너무나 황당하게도 ‘무혐의’로 끝이 났었다. 사법 당국의 결론은 이랬었다. 즉 첫째, ‘당원 단합대회’ 입간판은 여당 후보를 중상 모략하는 불순세력이 임의로 설치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여성 당원 단합대회라고 하는 것은 상대측(즉, 우리 측)에서 오인 및 가공한 표현으로 간주된다. 사건 발생당일 모 여성 친목계에서 그곳에서 계모임이 있었다고 하며, 여당 후보자 부인은 인근에 있다가 우연히 그 모임의 계원 중의 지인을 만나 인사를 하고 일어선 사실이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이것이 권력이다(?!). 군부철권 통치하에 여당의 힘센 후보자가 누릴 수 있는 힘(?)... 그 여당 후보자는 지방의 일류 고등학교 출신이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사법 당국을 비롯한 주요 언론 관계자들까지도 대개 그 후보자의 동문 선후배들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여당 후보자도 결국 군부통치의 마감과 함께 자신도 몰락하기에 이르렀고, 몹쓸 암에 걸려 생각보다 요절하고 말았었다. 정부 여당의 실세 중의 실세, 자칭 타칭 ‘정치거목’으로 지칭되든 그였지만 자신에게 닥아 온 운명 앞에는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 더구나 그와 직접적으로 부딪혀야 했던 나로서는 위에서 인용한 잠언 말씀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 17~8여 년 전의 선거운동 추억담이다. 서양의 어느 법 철학자(몽테스큐?)가 말했다. “법이란 거미줄과 같다. 힘이 약한 하루살이나 모기는 걸린다. 그러나 힘센 나방은 이를 뚫고 나간다.” 2012년 오늘의 현실은 과연 어떤가? 옛날에 비해서 훨씬 맑고 깨끗한 풍토로 바뀌었음을 느끼고 있다. 적어도 선거 분위기만큼은. (20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