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과메기

박정철 (2009-12-05 22:07)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딤전 4:4)   날씨가 꽤 추워졌다. 11월의 달력을 떼 내니 더 추워지는 느낌이다. 새벽에는 내복을 입고 교회당을 향한다. 이제 갓 초겨울이 시작되고 있는데 ‘이 긴긴 겨울이 언제쯤 끝나려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왜 사람들은 겨울을 두고 긴긴 겨울이라고 그랬을까? 아직 추운 겨울이 한참이 남았는데 지금부터 걱정을 하고 있으니 이것도 괜히 못마땅하다.   지난주에 볼일이 있어서 포항에 갔다가 죽도시장에 들렀다. 여전히 그곳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김장철이라 갈치와 새우가 많이 나와 있었다. 그것을 사려는 사람들과 팔려는 자들이 뒤엉켜 그야말로 시장은 한바탕 시끌법적하다.   삶이 버거워 그 삶을 지탱하기가 어려운 이들이 있다면 이 시장만 한 번 다녀가도 많은 힘을 얻게 될 것 같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저들을 보면서 흐트러진 내 자신을 잡아본다.   시장을 걷다가 보니 과메기가 눈에 뜨였다. 곶감 색깔을 띠고서는 아주 먹음직스럽게 포장이 되어서는 손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난 해 겨울이 지나면서 더 이상 먹지 못했던 과메기가 올 겨울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나와서는 지나는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었다.   추워서 손을 바지 주머니에 푹 넣고 어깨를 움츠리며 걷던 내게 이 과메기의 출현은 너무나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는데, ‘그래, 이 겨울에 과메기가 있잖은가.’라는 생각에 겨울이 그러 싫지만은 않게 다가온 것이다. 이 맛있는 과메기를 이런 겨울에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어느 한 성도가 붕어빵을 파는 분에게 “춥지요?” 그랬더니 “붕어빵은 추워야 잘 팔려요.” 그러시더란다. 추워야 더 추워야 좋은 게 있으니 감사함으로 받으면 정말 버릴 것이 없나보다. 긴긴 겨울 동안 몇 번의 과메기 파티를 해 볼 생각인데, 혹 겨울의 막바지에 이르러 괜히 섭섭해지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