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힘드시지요

박정철 (2010-06-12 16:28)

‘엘리야가 거기서 떠나 사밧의 아들 엘리사를 만나니 그가 열 두 겨릿소를 앞세우고 밭을 가는데 자기는 열두째 겨릿소와 함께 있더라’(왕상 19:19)   해가 많이 길어졌다. 열심 있는 농부들에게는 많이 일할 수 있는 좋은 때다. 이제 어느 정도 모내기가 끝이 났지만 농부들에게는 여전히 바쁜 나날이다. 어릴 적 이 맘 때쯤이면 어머니가 일 나가시느라 바쁘셨는데 그러면 혼자서 등교하기 전에 밥을 차려 먹고 설거지까지 해 놓았던 기억이 있다. 어린 마음에 설거지라도 해 놓으면 조금이나마 어머니의 손을 들 수 있겠다 싶었던 모양이다.   또 한 번은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이뤄 연못에 낚시를 하러 갈라치면 어머니께서 하셨던 말씀이 있다. “사람들이 다 일하고 있는데 낚시나 하러 다니면 동네사람들이 욕한다.” 그 말씀에 맥을 추지 못하고 낚시대를 놓아야만 했던 기억도 있다. 지금도 논밭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이들을 볼 때면 괜히 미안해진다.   새벽 다섯 시에 드리던 기도회를 30분 앞당겼다. 잠을 조금이라도 줄여서 일을 더 해 볼 마음에서다. 수요 저녁 예배 시간도 30분을 늦추었다. 해가 있을 때 조금이라도 일할 마음에서다. 해도 해도 끝도 없는 농사일이지만 해뜨기 전부터 해지기 전까지 부지런히 손발을 움직이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주 수요 예배를 드릴 때다. 하루의 긴 해와 씨름하느라 힘이 많이 든 성도들의 얼굴에 피곤이 가득 배여 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지치고 힘들어 쉬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인데 그래도 교회당을 찾아드는 저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어느 목사님인가 그러셨지. “지금까지 내게 있어 가장 감사한 성도는 다른 것보다 모든 예배에 빠지지 않고 목사와 함께 해 준 이들이다.” 그렇다. 내게 있어서도 언제나 교회당을 찾아드는 저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저녁이나 드셨을는지. 드시고 난 저녁상이라도 치우셨을는지. 목사의 딱딱한 설교에 지친 어깨가 더 지치지나 않았을는지. 예배를 마치고 집을 향해 가는 저들의 손을 붙잡으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이런 날은 목사의 그 어떤 설교보다 빈말이라도 많이 힘드시지요 라는 말 한 마디가 저들에게 더 큰 힘이 될 수 있겠다’ “많이 힘드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