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

2014-09-04 (Thu) 마태복음서 6:1-6

박정철 경동사찰위원회

양남까지 찾아주신 시찰 위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람도 보면 만나고 싶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이도 있는데, 이 양남교회가 여러분들에게 있어 찾아지고 만나고 싶어지는 그런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재규 목사님이 목회자 축구대회 때에 시찰회를 두고 그런 말씀을 합니다. “양남에 가면 또 회 줄 거지.” 이렇게 양남에 대한 기대가 있어요. 제가 보니까 회는 준비된 것 같습니다만 양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오늘 설교에서도 해 줄 수 있는 설교가 뭔가 있어야 되겠다고 그랬습니다. 양남에 간다면 양남에서 줄 수 있는 것들을 사람들은 원하지요. 오늘 이 시간에는 많은 분들은 ‘박 목사가 무슨 말씀을 하려나’ 싶으실 것입니다. 한 번은 차를 타고 가다가 극동방송을 듣는데, 프로그램에 ‘원로 목사에게 듣는다’라는 순서가 있습니다. 그때 내심 기대를 하면서 ‘원로 목사님이면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경험하셨기에 그 말씀이 넉넉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좀 듣다 보니까 생각했던 것처럼 넉넉하지도 푸근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좀 실망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가져보는 생각이 ‘봄이면 봄에 줄 수 있는 것들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여름이면 여름에 나오는 것으로 줄 수 있어야 하고, 양남이면 양남에서 나오는 것들을 줄 수 있어야 하고, 그 사람이면 그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것들을 줄 수 있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가끔씩 예전에 설교했던 설교문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보면, 얼마나 유치한지 몰라요. ‘야, 내가 이렇게 설교 했었나?’ 싶은 것이 부끄러울 때가 있어요. 그 설교를 듣고 있었을 성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어느 목사님이 성도들에게 “왜, 아멘을 안 하느냐?”고 했더니 한 성도가 “아멘거리가 있어야 아멘을 하지요.” 그랬다고 합니다만 집사람에게 “야, 내가 무슨 설교를 이런 유치한 내용으로 했나?” 그랬더니 하는 말이 “아이고, 이제 알았어요.” 그럽니다. 그래도 여러분, 목회자들에게 있어서는 지금 하고 있는 설교가 최고의 설교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 저 역시 말씀을 전하면서 제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에서 준비한 최고의 설교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1999년 3월 17일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만 목회자의 특성상 제가 잘하지도 못하면서 잘하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하고, 다 되지도 못했으면 다 된 것처럼 여기면서 성도들을 대할 때가 있음을 보게 됩니다. ‘왜 잘하지들 못하느냐?’ ‘왜 그렇게 밖에 못 살아가고 있느냐’ 하면서 다그치고, 윽박을 지르고, 협박 아닌 협박을 가할 때도 있습니다. 나는 마치 잘하고 있는 것처럼, 마치 나는 다 된 사람처럼 그럴싸하게 포장을 해서는 사람들 앞에 내 놓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뜯어보면 아무 것도 아니지요. 빈 깡통이 요란하지 않습니까. 회칠한 무덤 같이 그 속에는 온통 썩은 것들로 가득 차서는 냄새들이 진동을 하는 것이지요. 바리새인이나 서기관들이 보였던 그 모습이 저에게서 보여질 때가 있습니다.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처럼 기도도 하고, 말씀도 전하고, 구제도 하고, 봉사도 하는 것처럼 보여지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산상수훈을 통해서 주시는 말씀은 ‘사람에게 보이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사람을 의식해서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예전에 한 번은 어느 청년과 차를 타고 가는데 얼굴이 안 좋아 보입니다. 그래서 “체 했나?” 물었더니 하는 말이 “예, 목사님. 체했습니다. 없는데 있는 체 했고, 모르는데 아는 체 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만 웃고 말을 맺었는데 지금 상황이었다면 이렇게 말을 덧붙였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그래, 많이 체했네. 좀 토해내라.” 하고 말이지요. 목회를 하면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내가 척척박사이지는 않는가?’ 무슨 척척박사이냐. ‘아는 척’ ‘있는 척’ ‘기도하는 척’ ‘사랑하는 척’ ‘잘 살아가고 있는 것’ ‘다 된 척’ ‘목사인 척’ ‘경건한 척’ ‘거룩한 척’ 이렇게 척척박사이지 않는가. 예수님 당시 종교지도자들이 이렇게 척척박사들인 척 하다가 주님 앞에서 호된 책망을 받지 않았습니까. ‘독사의 새끼’라는 욕도 들어 먹었습니다. 이렇게 살려고 하면 힘이 들지 않을 수 없지요. 정말 피곤하고 힘이 들 때면 새벽에 앉아서 기도하기가 싶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목회자로서 기도 자리를 지키려고 하다 보니까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힘이 드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척척박사가 살아간다는 것이 힘이 들고 곤욕스럽지요. 자기를 꾸미려고 드니 고생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배우들이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기가 참 어색하고 힘이 든다고 합니다. 탈을 쓰고 가면을 쓰고 분장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가끔씩 그들이 하는 말 중에 “이번에는 나와 비슷한 캐릭터여서 연기하기가 쉬웠다.” 그럽니다. 내가 아닌 꾸며진 나를 연기하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것은,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이들로 나로 인해서 힘이 들고 거북스러워지는 것이지요. 오래된 이야기입니다만 어느 중학교 교장 선생님을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이 어떤 분인지 제가 익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만 글쎄 만나서 인사를 서로 하는데, 이 분이 90도로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더 문제는 좀처럼 일어나지를 않는 것입니다. 좀 보태보면 제가 그때 서너 번은 일어났다 굽혔다 했을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전혀 편하지가 않습니다. 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가끔 가다 성도들 중에서 밥을 먹을 때에 그럽니다. “나는 목사님 앞에서는 밥이 안 넘어가요.” 그러면 제가 속으로 ‘내가 저 사람에게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저러나’ 싶습니다. “야, 나는 목사님 상에서 같이 밥 먹어야지.” “나는 목사님하고 얼굴 맞대면서 밥 먹어야지.”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나는 목사님하고 같은 상에서 밥 먹으면 소화가 안 됩니다.” 그러면 기분이 참 거시기 합니다. 예수님은 죄인들과 세리들과 함께 친구가 되시며 그들과 먹고 마시는 데에 있어서 전혀 거리낌이 없으셨지 않습니까. 전임지에서 어느 남자 집사님이 멀리서 저를 보고는 “목사님, 목사님” 하면서 막 뛰어 옵니다.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얼마나 좋은지요. 목회자가 되어 세월을 보내면서 색이 바래지는 옷처럼 그 순수성과 진실성과 열정이 바래지는 것은 아닌가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처음 신학교에 들어갔을 때, 처음 목사 안수를 받았을 때의 그 각오와 다짐들이 빛바랜 사진처럼 바래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을 그 누구보다도 많이 말하고 있는 자로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잊고 살 때가 많지는 않은지, 경건의 모양을 갖추고 있을 때는 많지만 경건의 능력은 얼마나 나타나고 있는지, 사랑을 외치지만 행함과 진실함보다는 말과 혀의 모습일 때가 많지는 않는지, 복음을 외치지만 생명수는 말라버리지는 않았는지 걱정일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직분을 맡은 자들이지만 부족하고 연약한 자들이 아닐 수 없지요. 작은 것에도 아파하고 마음을 열지 못하는 모습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우리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알아 그것을 숨기려들지 말고, 하나님 앞에 내놓을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마음과 정성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며 교회를 사랑하며 나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우리 모든 장로님들과 목사님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