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새로워지는 교회(정기회 개회예배)

2014-03-10 (Mon) 요한복음서 8:12

전대환 금릉교회

■ 성서 본문 예수께서 또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요한복음 8:12＞ ■ 들어가는 이야기 사랑하는 노회원 여러분, 그리고 이 예배에 함께 참여하시는 성도 여러분! 올해도 우리는 주님의 은혜로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볼 때,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연의 섭리뿐만 아니라, 여러분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도, 앞으로 영원토록 변함없이 이어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며 기원합니다. ■ 옥련이 이야기 이인직이라는 소설가를 아실 것입니다. 이 사람의 대표작이 〈혈의 누〉인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입니다. 1906년에 발표된 작품이지요. 조선에 대한 일본의 강제병합이 임박한 시절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옥련입니다. 평양에 사는 젊은 부부가 아기를 낳고 그 얼굴을 보니 어찌나 예쁜지, 마치 옥을 깎아서 만든 인형 같기도 하고 아름다운 연꽃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의 이름을 옥련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당시에 청일전쟁이 일어나서 남의 나라 군인들이 조선 땅에서 싸움을 벌입니다. “성중에는 울음 천지요, 성 밖에는 송장 천지요, 산에는 피란꾼 천지”인 전쟁 통에 옥련이는 그만 부모를 잃어버렸습니다. 옥련의 나이 일곱 살 때였습니다. 옥련이는 총탄에 맞아 다리를 다쳤는데, 어찌어찌해서 일본군 야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군의관이 옥련의 집을 찾아서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부모의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군의관은 일본에 있는 자기 아내에게 아이를 보내서 키우도록 편지를 써서는, 일본으로 귀국하는 부하에게 옥련이를 딸려서 자기 집인 오사카로 가게 했습니다. 배가 인천서 떠난 지 나흘 만에 오사카에 닿았습니다. 짐 가방도 없이 오직 편지 한 장만 달랑 품에 안은 옥련에게 별 생각이 다 듭니다. “[내가] 가는 집이 뉘 집인고. 이 편지 볼 사람은 어떠한 사람이며, 이내 몸 위하여 줄 사람은 어떠한 사람인가. 딸을 삼거든 딸 노릇 하고, 종을 삼거든 종노릇 하고, 고생을 시키거든 고생도 참을 것이요, 공부를 시키거든 일시라도 놀지 않고 공부만 하여 볼까.” ■ 뒤웅박 팔자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 하지요. 뒤웅박이란 박을 반으로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에 구멍만 뚫어서 속을 파낸 바가지입니다. 이 뒤웅박의 용도가 집집마다 다른데요, 부잣집에서는 그걸 마루나 안방에 걸어두고 귀한 물건들을 담아둡니다. 가난한 집에서는 그걸 헛간에다가 두고 아무거나 담아 둡니다. 여자가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느냐, 아니면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가느냐에 따라 그 여자의 팔자가 결정된다는 뜻으로 쓰인 말입니다. 옥련이야말로 뒤웅박 팔자 인생의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자신이 가려고 하는 집의 안주인이 인정 있는 사람일지, 아니면 찬바람이 쌩쌩 불고 독기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일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인직이라는 사람이 글재주는 상당히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람이 뼛속까지 친일파였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완용의 비서였습니다. 실제로 1910년의 한일 강제병합에 앞서서 일본에 가서 실무협상까지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의 생각은, 우리 조선은 스스로 나라를 꾸려갈 능력이 없으므로 일본과 합병해서 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작품 중 옥련이의 모습에서 저는 당시 조선 사람들의 운명을 보았습니다. 옥련의 입을 빌려서 하는 작자가 하는 얘기를 다시 봅시다. ‘딸을 삼거든 딸 노릇을 하고, 종을 삼거든 종노릇을 하고, 고생을 시키거든 고생도 참을 것이요, 공부를 시키거든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될 것 아닌가.’ 철저한 식민지의식입니다. 조선이 일본에 병합되거든, 우리는 일본인들이 국민으로 대해주면 국민 노릇을 하면 되고, 종을 삼으면 종노릇을 하면 된다, 그리고 고생을 시키면 고생을 참으면 되고, 콩고물이라도 떨어뜨려주면 그걸 주워 먹으면 된다, 그런 말이지요. 이인직의 생각은 ‘구시대 사고방식’의 전형입니다. 한 쪽은 지배자, 한 쪽은 피지배자로 세상이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 옛 남편의 법, 새 남편의 법 로마서 7:1-6에 보면 한 여자가 등장합니다. 이 여자에게는 남편이 있는데, 남편이 얼마나 꼬장꼬장한지, 사사건건 간섭을 합니다. 왜 이렇게 늦잠을 자느냐, 음식이 이게 뭐냐, 발걸음을 왜 그렇게 거칠게 놀리느냐, 하며 닦달합니다. 설거지하다가 그릇이라도 하나 깨먹으면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매일 같이 냉장고 문을 열어보며 왜 음식을 이렇게 오래 두었느냐, 씀씀이가 이렇게 헤퍼서 되겠느냐, 하면서 잔소리를 합니다. 매일 쌀독을 살피면서 쌀이 왜 이렇게 축이 났느냐 추궁도 합니다. 여자는 남편 무서워서 숨도 제대로 못 쉽니다. ‘구시대의 사고방식’이 지배하던 옛날에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렇게 살았습니다. 이 남편 이름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율법’입니다. 율법 아래 사는 사람들의 신세가 이 여자와 같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못된 남편이 죽었습니다. 이제는 어떻습니까? 로마서 7:2입니다. “남편 있는 여인이 그 남편 생전에는 법으로 그에게 매인 바 되나 만일 그 남편이 죽으면 남편의 법에서 벗어나느니라.” 여자는 해방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고리타분하던 남편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됩니다. 예수님께서 오시기 전까지 사람들은 이 여자처럼 살았습니다. 바울은 그 남편 곧 율법이 죽었다고 선언했습니다. 여자는 못된 남편이 죽고 난 뒤에 새 남편과 결혼을 했습니다. 새 남편은 어찌나 마음이 너그러운지, 설거지하다가 그릇을 깨뜨리면, 옛날 남편 같으면 “저 여편네가 눈을 어디다가 박고 사는 거야?” 하며 소리를 질렀겠지만, 이 사람은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하며 걱정부터 먼저 합니다. 가끔 늦잠을 자도 “피곤하지? 더 자!” 하면서 다독거려 줍니다. ■ 맺는 이야기 옥련이가 살던 시대의 여자들은 남편에게 묶여 살았습니다. 백성들은 지배자가 시키는 대로 하며 살았습니다. 구시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생각합니다. 새 시대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시대나 새 시대나 사람이 해야 할 도리가 바뀐 것은 없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요. 살림살이는 아껴가며 잘 살아야지요. 어른들에게는 예의바르게 대해야지요. 그렇지만 똑 같이 제 할 일 하고 살더라도 잔소리 들으며 억지로 하는 것과, 스스로 기뻐서 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신앙생활도 그렇습니다. 낡은 정신으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벌 받을까봐 무서워서 율법을 지킵니다. 지옥 갈까봐 겁나서 하나님을 믿습니다. 그러나 새 정신으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율법을 지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새로워지는 교회는 이처럼 새로운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교회입니다. 아무쪼록 저와 여러분은 낡은 정신을 벗어버리고 새 정신으로 가정도 꾸려나가고, 신앙생활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