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 인가?

문동수 (2014-05-09 05:55)

누가 “나” 인가? 그리스도 예수의 종인 나 바울은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라고 따로 세우심을 받았습니다.(롬1:1) 바울은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기소개를 할 때 조금은 과장되게 설명하거나 자신의 약점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해서 소개한다. 그런데 바울은 모양새가 좀 다르다. 오히려 자신을 낮추고 예수님을 높인다. 낮추는 정도가 지나쳐서 ‘종’이라고 말한다. ‘종’은 우리식 표현이고 서구식 표현으로 한다면 ‘노예’다. 단순하게 겸양의 미덕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이해한 사람들이 예수님을 하늘 높이 올리는 것처럼 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을 높이고 있지 않는가! 바울이 자신을 노예로 표현한 것을 겸손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성경은 왜곡된다. 노예는 여지(餘地)가 없다. 자기 생각이나 의지가 있으면 노예가 아니다. 노예는 오직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할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공(功)을 하나도 받지 못하는 존재가 노예다. 노예는 노예인데, 누구의 노예인가? 예수그리스도의 노예다. 예수그리스도의 노예라는 말은 “사랑의” 노예라는 말이다. 이 말보다 예수그리스도에 가까운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그리스도라는 단어는 모두 사랑으로 고쳐 읽어도 될 정도로 예수그리스도와 거의 동의어이다. 바울 뿐 아니라 예수그리스도도 사랑의 노예였다. 바울은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고전13:2) 그는 사랑을 위해서 살았다. 그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포기할 각오로 산 사람이다. 예수그리스도는 어떤가? 사랑으로 오셔서, 사랑 때문에 죽으시고, 사랑의 본체가 되신 분이다. 죽기까지 사랑에 순종하신 분이다. 예수그리스도야말로 사랑이시며, 사랑의 참된 노예다. 따라서 예수그리스도를 믿는다는 말은 사랑의 노예가 된다는 말이다. 찬송가 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주 예수 이름 높이어 다 찬양하여라” 주 예수의 이름을 높이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사랑에 목숨을 거는 일이다. 무슨 일을 해도 사랑 때문에 하는 것이고,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주 예수의 이름을 높이는 것이다. 앉으나 서나 사랑, 자나 깨나 사랑이다. 이런 사람이 주 예수의 이름을 높이는 사람이다. 사랑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예수님을 높인다, 예수님을 믿는다, 다 허튼소리다. 찬양한다는 것을 목소리 자랑하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라. 신주단지 모시듯, 예수라는 우상을 모셔놓고 자기 목소리 자랑하는 것은 성경에서 말하는 찬양이 아니다. 갈멜산에서 엘리야와 대결하는 바알 숭배자들을 아는가? 그들은 큰 소리로 부르짖으면서 칼과 창으로 피가 흐르도록 자기 몸을 찔러 댔다. 그리고 미친 듯이 날뛰었다. 사랑과는 상관없이 노래를 하는 것은 딱 그 꼴이다. 노래하기 전에 사랑하라! 그러면 룰루랄라 노랫소리가 나올 것이다. 사랑을 하니 너무 신난 것이다. 그것이 주 예수의 이름을 찬양하는 것이다. 찬양하기 위해 목소리를 개발해야 한다느니, 더 잘 불러야 한다느니 헛 수작 그만 부려라.   바울은 자신을 “부르심을 받은 사도”라고 말한다. 그렇다. 노예는 언제나 부르심을 받을 뿐이다. 자기 스스로 주인 앞에 설 수 없다. 흔히 말하는 “주체”라는 개념이 노예에게는 있을 리 만무하다. 스스로 주체일 수 없는 인간이 바로 노예이다. 노예에게 주체는 주인이다. 주인과 다른 주체가 있다고 한다면, 그는 더 이상 노예가 아니다. 주인은 누구인가? 주인은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그렇다고 한다면 주인은 사랑이다. 내가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랑을 하지 않아도 사랑은 있다. 사랑이 나를 데리고 가는 것이지, 내가 사랑을 움직일 수 없다. 국문법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나를 사는 것이다. 신비(神秘)라는 말이 있다. 신비라는 말은 사람들이 모른다는 말이 아니다. 세상의 언어로 설명하기가 까다롭다는 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설명하면 오히려 우스운 꼴이 되는 것이 신비라는 말이다. “부르심을 받았다”는 말은 신비다. 세상의 언어로는 설명이 까다롭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다 안다. 사랑이 나를 불렀다. 그래서 나의 주체는 사랑이다. 내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사랑이 산다. 이런 말이 신비다. 설명하려면 어렵다. 그런데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는 말이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몸으로 잘 안 되는 신비다. 그래서 몸을 훈련해야 한다.   노예의 임무가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란다. 무엇이 복음인가는 가면서 차차로 설명하기로 하자. 여기서는 하나만 제대로 알고 가자. 복음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 아닌 것은 복음이 아니다. 이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면 저마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복음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복음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노예의 생각 따위는 설 자리를 잃는다. 복음은 오로지 하나님과 연관된 것이다. 그것은 사랑이다. 임무라고 하니까, 무엇인가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주체는 오로지 하나님이요, 주 예수요, 사랑이다. 셋으로 이야기했지만 한가지다. 한가지이지만 셋으로 설명한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요, 사랑이 하는 것이요, 주예수의 일이요, 하나님의 일이다. 나는 노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