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영화 '버스44', 그리고 우리 사회

이순락 (2014-06-04 16:21)

오늘이 6.4 지방선거일이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로 인한 우리나라 전체가 무겁고 침울한 그리고 슬픔의 분위기이다. 한편에서는 심판하자고 하고, 한편에서는 이제 좀 잊자고 한다. 그래서일까 세월호, 영화 ‘버스44’ 그리고 우리사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에 관한 것은 필자가 따로 더 언급하지 않겠다. 너무도 많은 부정, 부패,불법이 난무했고, 아까운 300여명의 생명들이 희생되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기 때문이다.   한적한 시골길에 버스 한 대가 달린다. 한 남자가 두 시간 여 기다린 끝에 버스를 만났고, 손을 들자 여성 버스 운전사가 차를 세워 그를 태운다. 버스는 다시 달리고 잠시 후 또 어떤 두 남자가 차에 올라탄다. 그들 두 명은 강도로 돌변해 승객들을 위협하고 돈을 갈취한다.   강도들은 내리면서 운전사를 길가 풀섶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다. 버스 안의 승객들은 모두 외면하지만 유일하게 아까 탔던 그 남자만이 강도들의 악행을 제지하려 한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는 강도의 주먹에 얻어맞고, 휘두른 칼에 상처까지 입은 채 쓰러진다. 강도 두 명은 도망갔고, 한참 뒤 여성 운전기사가 돌아오더니 깡패를 제지하려다가 다친 중년 남자한테 다짜고짜 내리라고 했다. 중년 남자가 너무 황당해서 “아까 내가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니까 여성 기사는 소리까지 지르면서 “당신이 내릴 때까지 출발 안한다!”고 단호히 말한다. 중년 남자가 안 내리고 버티니까 승객들이 그를 강제로 끌어내리고 짐도 땅바닥으로 내던져버렸다.  그러고 버스가 출발했다. 홀로 남은 남자는 다친 몸을 이끌고 어렵게 다른 차에 편승하게 된다. 얼마 후 그는 참혹한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바로 그가 탔던 44번 시외버스가 절벽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경찰은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고 전한다. 여성 운전사가 그만 내려놓고 모두 저승으로 데려간 셈이다. 그녀가 성폭행 당하는 것을 보고도 ‘방관하고 보고만 있었던’ 승객들을 데리고 간 것이다. 그들 승객들은 과연 죄인일까. 영화 ‘버스44’는 지난 2001년 제58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 등 수많은 수상 이력을 지닌 영화로 알려지고 있다. 상영 시간이 단 11분에 불과하지만 영화를 보는 이에게 영화가 끝난 뒤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다. 중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사회의 민낯을 보는 듯 하다고 하면 필자의 억측일까. 도망간 강도 두 명, 사악한 자들은 잘 먹고 잘산다는 것인가. 침묵, 방관... 우리사회의 현실이 아닌지. 세월호 참사에 사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능하게 찍힌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도 저 버스와 같다.”며 영상 밑의 댓글에는 또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결국 슬픈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쓰여 있어 크게 공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어느 누리꾼의 논평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모두 그 버스 안의 승객은 아닌지요?” 필자는 따로 이렇게 외치고 싶다. “우리들 믿는 자들은 과연 정의롭고, 공의를 행하고 따르고 있는지?” 잠언 말씀에 ‘공의와 정의를 행하는 것이 제사드리는 것보다 여호와께서 기쁘게 여기시느니라.’(잠언 21 : 3)는 말씀을 되새겨 보면서 가느다란 한숨을 몰아쉰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대통령의 출신지(?!)인 까닭에 우리들 장로들 사회에서 조차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나 의사를 밝힌다는 것은 어지간한 용기가 아니면 어림도 없다. 그러므로 나 역시 세월호에 승선했다 도망쳐 나온 승무원의 한 사람이 아닌가. 더구나 ‘버스 44’ 여자 운전수가 방관한 승객들을 태운 채 저승으로 떠나게 한 그 승객 중의 한 사람이 바로 내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