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가루

박정철 (2014-04-26 10:01)

‘여호와여 내가 주께 대한 소문을 듣고 놀랐나이다 여호와여 주는 주의 일을 수년 내에 부흥하게 하옵소서 이 수년 내에 나타내시옵소서 진노 중에라도 긍휼을 잊지 마옵소서’(합 3:2)     교회 앞 솔밭으로 인한 송화가루가 뿌옇게 내려 앉아 있다. 따뜻한 봄날의 불청객처럼 어수선함을 감출 수 없을 것 같은데, 얼마나 그 기세가 심한지 며칠 때 세워놓은 차량은 누런색으로 도색을 한 같고 마치 폐차 직전에 와 있는 듯 하다.   옷을 빨아서 밖에다가 말릴 수도 없고, 이불을 걸어둘 수도 없다. 이 봄날에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신선한 공기를 들여다 놓고 싶어도 그러지를 못한다. 그러니 이 가루로 인해서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호흡에도 장애를 일으키는지 아내의 목소리가 갈라지는가 하면 비염으로 인한 아이들의 코맹맹이 소리도 걱정이다.      누렇게 송화가루가 날리고 있는 솔밭을 걸어 바닷가로 향한다. 우리의 심령은 또 어떨까 생각해본다. 죄악의 가루로 구석구석 뿌옇게 내려 앉아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우울한 감정에 지배를 당하며 착잡한 가운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월호 침몰사고로 가슴 아픈 부활절을 보냈다. 마치 부활절을 지키는 것만으로 생명에 이르는 것이 아님을 일깨워주려는 듯 민족적 슬픔 앞에 여전히 직면해 있다. 사순절에 특별새벽기도회를 가지는 것으로 내게 주어진 십자가의 몫을 다 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여전히 아프다. 여전히 쓰리다. 여전히 슬프다.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 또 그렇게 어느 새 잊혀질 사건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려는 듯 계속해서 우리의 생각과 기도와 말과 삶을 짓누르고 있다.   어떤 이가 그런다. “이 세월호 사건은 그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면서 얼마나 섬뜩하게 놀랐는지 모른다. 어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들춰보면 부정과 부패와 부실이 없는 곳이 없는 이 나라에서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제 2, 제 3의 세월호 사건이 터질지 모를 일이다. “오, 하나님. 이 민족을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진노 중에서라도 긍휼을 잊지 마옵소서.”   우리 속에서 탄식하시는 성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겠다. 굵은 베옷을 입고 슬픔을 토하는 심정으로 기도하기에 게으르지 말아야 되겠다. 이 시간에도 송화가루가 마치 우리의 죄악과 허물을 보여주려는 듯 그 기세를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