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을 내리리이다

박정철 (2014-02-21 20:52)

‘시몬이 대답하여 이르되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리리이다 하고 그렇게 하니 고기를 잡은 것이 심히 많아 그물이 찢어지는지라’(눅 5:5,6)   며칠 전 새벽에 기도하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행함 노트를 만들어야겠다. 기도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서 그 날을 살면서 그 생각들을 실천에 옮겨야 되겠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래야 내 삶이 더 풍성하게 채워질 수 있겠다 싶어서다.   돌이켜보면, 바라는 것은 많은데 이루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내 자신이 해야 될 일들을 마땅히 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씨는 뿌리지 않으면서 열매를 바라는 못된 마음이 내 속 깊숙한 곳에서 게으름으로 남아 있음을 보게 된다. 그물을 내려야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이건만, 그 그물을 내리는 수고는 하지 않으면서 고기가 많이 잡혔으면 하는 바람이 기도 속에 교묘하게 숨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속아 넘어가는 것이겠다.   어느 신학생이 시험을 치렀다. 공부를 덜 했는지 답이 생각나지 않아 고민 끝에 시험지 아래에 이렇게 썼다. "하나님은 모든 정답을 아십니다. 그리고 저는 그 답에 동의합니다." 며칠 뒤, 교수님이 채점한 시험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하나님은 백점, 너는 빵점."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해야 할 일들까지 대신해 주시지는 않으신다. 학생이 해야 될 공부를 대신해 주지 않으신다. 농부가 뿌려야 될 씨를 대신해서 뿌려 주시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삭이 그리했던 것처럼, 우물에 물이 있게 하실 수 있는 분은 하나님이시지만 그 우물을 파는 것은 바로 인간의 몫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들 속에는 게으름을 기도 속에 교묘히 숨겨놓고는 하나님이 대신 뭔가를 해 주기를 바라는 악한 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버릇없이 키우고 싶겠는가. 자기가 먹은 그릇은 자기가 치우고, 자기가 덮고 잔 이불은 자기가 개고, 자기가 벗은 옷은 자기가 정리하고, 자기가 충분히 해 갈 수 있는 것은 자기가 분명하게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일 것인데 하늘 아버지께서도 그러시지 않겠는가.   아이들이 “아빠, 이것 해 주세요. 저것도 해 주세요.” 그럴 때가 있다. 그러면 아빠로서 한 마디 한다. “이 놈들아, 너희가 할 것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아빠를 좋아하고 따른다는 것은 자기가 해야 될 일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빠의 기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