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내게 하시는'

박정철 (2014-02-08 10:19)

‘야곱이 브엘세바에서 떠나 하란으로 향하여 가더니 한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기서 유숙하려고 그곳의 한 돌을 가져다가 베개로 삼고 거기 누워 자더니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서 있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창 28:10-12)   지금까지 살아오게 된 것에 대한 감사가 있다. 살아가고 있다는 것, 살아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 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아가고픈 마음 속에서 주어지는 하루하루를 맞이하게 된다.   그래도 여전히 내 깊은 의식 속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생각 중의 하나가 있다. 바로 ‘앞으로 어떻게 되어질까?’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살아온 것 같은데 앞으로는 어떻게 되어질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내 영혼이 곤하여 편히 쉬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나 싶다. 마치 야곱이 부모의 곁의 떠나 브엘세바에서 하란을 향하여 갈 때 어둔 밤을 맞이하게 된 것처럼 어둔 먹구름이 잔뜩 밀려와 나를 짓눌러 버리는 것이겠다. 털어내고 또 털어내면서 털어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말렉족속 같은 근심이나 걱정이 집요하게 추격해 온다. 홍해 바다 앞에 선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그들이 광야 길에 들어섰을 때처럼 말이다.   2013년도는 살아냈지만 2014년도는 어떻게 될까. 이것은 2013년도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생각이었는데, 여전히 2014년도를 시작하면서도 그 생각에 묶여 있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어디 이뿐인가. 2012년도에도 그랬고, 2011년도에도 그랬었다. 여태껏 그럼에도 끄떡없이 잘 살아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앞날에 대한 두려움은 계속해서 엄습해 온다.   지금까지 들었던 많은 말들 중의 하나다. ‘앞으로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무 것도 아니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이런 말들과 함께 이 세상은 큰 두려움으로 우리들 앞에 서 있다. 그러면서 골리앗으로 인해 주눅 든 이스라엘 군사들처럼 웃지도 못하고 기도 펴지 못하고 숨도 쉬지 못하고 소리치지도 못한다.   이런 세상에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없었다면 도대체 내 삶은 어떻게 되어졌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가 살아낸 것도 아니면서 마치 내가 살아낸 것처럼 하고 있으니 참 우습다. 내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있으니 어쭙잖다. 살아내게 하셨던 하나님께서 살아가게 하실 것이니.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을 또 만들어 낼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