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에 걸리고 보니’

박정철 (2014-01-18 18:30)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 짐이라’(딤후 4:4,5)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다른 이들의 수술자국보다 더 아프다고 한다. 내 당하는 고통이 제일 큰 줄 아는 것이다. 군에서 행군을 할 때 자기 군장이 제일 무겁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내 길이 제일 멀어 보이고, 내 길이 제일 힘들어 보이고 말이다.   다른 이들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기 쉬운 것이 우리들이지 싶다.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든 것이 이기적 본성으로 충만한 우리들의 모습일 것인데, 지난주는 감기로 인해서 무척이나 힘든 주간이었다.   병원 가는 것을 싫어해서 어지간하면 그냥 버텨낼 때가 많은 나로서도 이번에는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니 독감이란다. 으스스 춥고, 눈알은 빠질 것 같고, 머리를 조금만 돌리는 것도 무진장 아프다. 전신이 주사 바늘 찔러오듯이 쑤셔온다. 기침을 하니 지축을 울리듯 온 몸이 흔들린다. 해야 할 일들까지 하지 못한 체 있으려니 괜히 나약해진 모습에 힘겨워진다.      며칠 전 새벽, 이 추운 겨울에도 몸 건강히 잘 견딜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심령의 겨울이 오지 않게 이렇게 새벽을 지켜갈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었는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달라진 내 모습에 괜한 실 웃음이 흘러나온다.   그래도 범사에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다 했던가. 그러면서 병상에 있는 성도들이 생각이 났다. 몸이 불편하여 힘들어하고 있는 성도들이 절로 생각이 났다. 진정어린 기도가 쏟아진다. 진작 좀 더 간절하게 기도해주지 못한 미안함도 함께 한다.   내 아픔을 통해서 다른 이들의 아픔을 경험하게 하시면서 목회자로 세워주시는 하나님께 대한 감사도 그렇다. 십자가의 고통으로 나를 아시고 나를 이해하시고 나를 만져주시는 주님의 큰 사랑에 마음이 짠하다. 너만 건강하다고 좋아하지 말고 다른 이들을 위해 진심어린 기도를 하게 하시는 하나님께 송구스럽기도 하고.   어린아이마냥 심한 엄살에도 안타까워하며 살뜰히 수발을 들어주는 아내가 고맙고, 성도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기도가 감사하다. 가래가 심하게 끓는데, 기침을 통해 짙은 가래가 나오게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는 것도 색다르다.   그간 책도 보지 못하고, 설교 준비도 원활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래도 독감을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풍성하였으매 감사한 주간이 아니었나 싶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다는 말씀을 그나마 독감으로도 알게 해 주시니 고맙고, 한 줄의 글이라도 긁적거리게 해 주시니 고맙고, 이런 재미라도 있으니 사는 맛도 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