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폭탄

박정철 (2014-02-15 20:57)

‘또 백성에게 이르기를 너희의 몸을 거룩히 하며 내일 고기 먹기를 기다리라 너희가 울며 이르기를 누가 우리에게 고기를 주어 먹게 하랴 애굽에 있을 때가 우리에게 좋았다 하는 말이 여호와께 들렸으므로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고기를 주어 먹게 하실 것이라 하루나 이틀이나 닷새나 열흘이나 스무 날만 먹을 뿐 아니라 냄새도 싫어하기까지 한 달 동안 먹게 하시리니’(민 11:18-20a)   며칠 째 계속해서 눈이 내렸다. 말 그래도 눈 폭탄이다. 뉴스 보도를 듣고는 지인들의 안부 전화가 줄을 잇는다. 강원도 영동 지역에서는 2m가 넘는 눈이 쌓였다고 하니 정말 엄청나다. 그 피해액이 수백억이 넘는다고 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눈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어른들의 근심어린 눈빛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를 이틀이나 휴업했음에도 그 다음날에도 눈이 더 오기를 바라고 있으니 아이들은 그냥 아이들인 모양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새하얀 눈을 싫어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만은 그 좋은 눈도 과하니 문제다. 하루 이틀 계속해서 연이어 내리니 마음도 생활도 영 어수선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잔뜩 하늘이 찌푸려 있는 것을 보니 또 한바탕 해 볼 모양이다.   강원도 화천에서 군 생활을 할 때 정말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 모른다. 쓸고 쓸고 또 쓸어도 쏟아지는 눈을 다 감당할 수가 없다. 일과 시간이 다 끝난 늦은 밤 시간에도, 푹 쉬고 싶은 공휴일에도 가리지 않고 퍼붓는 눈을 치우느라 여간만 고생을 많이 한 것이 아니다.   그래도 군대에 오기 전까지는 사계절 중에서 겨울이 좋다고, 겨울에 내리는 눈이 있고 눈꽃이 피어서 좋다고 떠벌이던 때가 있었는데 군 생활을 하고 나면서부터는 그런 말들이 내게서 꽤 멀어져 버린 것 같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퍼붓는 눈 폭탄을 보면서 드는 생각들이 있다. ‘적당한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가’라는 것이다. 그저 많은 것만이 은혜일 수 없겠다는 것이다. 말도 적당하게 하는 것이 좋고, 아이들 장난도 적당해야 하겠고, 일하는 것도 그렇고, 노는 것도 그렇다. 욕심이 과하여 하나님을 원망하며 고기를 구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서 하나님께서 그 냄새조차 싫어하기까지 주셨던 말씀도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