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여우를 잡으라

박정철 (2013-03-02 08:54)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아 2:11)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웠음이라’(아 2:15)   고향 동네에 포도가 익어갈 쯤에 까치가 들어와서는 포도알을 쪼아대는 바람에 골머리를 썩게 했던 기억이 난다. 멧돼지가 한 마리가 한 해 농사를 다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작은 여우가 포도원을 헐 수 있기에 그 여우를 꼭 잡아야만 하는 것이다.   마라톤을 완주한 선수에게 리포터가 물었다. “당신이 뛰는 동안에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이 무엇이냐. 호흡이냐 아니면 갈증이냐. 아니면 다른 것이냐.” 그러자 마라토너는 이렇게 답했다.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호흡도 갈증도 아니다. 신발 속에 모래알만한 작은 돌멩이 하나가 굴러다니며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다고 했다. 조그마한 구멍이 온 제방을 허물어뜨리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텔레비전 리모컨을 잡고서는 “뭐하는지만 보자”고 해 놓고는 두 어 시간 그냥 잡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 어른들도 다르지 않을 것인데, 작다고 생각되는 그것이 결코 작지 않아서 사람을 영 피곤하게 만들고 다음날까지 영향을 미치게 됨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이다. 내게 있어 작은 실수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지극히 작은 것에서부터 우리는 신앙의 원칙을 지켜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은 우리 자신의 사소한 것에도 엄한 채찍질이 필요할 것이다.   에서가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명분을 판 것은 한 순간의 실수로만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에서는 이미 그 생활 속에서 작은 것들을 사소히 여기다가 결국에는 큰 것까지 잃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원칙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이 은혜라고 여기고 대충대충 넘어가다 보면 자칫 신앙이 방만해질 수 있다. 작은 것에서부터 원칙을 지키고, 자기를 절제할 수 있을 때 신앙이 흐트러지지 아니하고 좋은 신앙의 열매를 맺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시골에서는 굴속에 불을 지펴 연기를 나게 했다. 여우를 잡기 위해서다. 우리의 심령의 굴속에도 작은 여우 새끼들이 들어앉아서 심령과 삶을 갉아먹고 있을 것인데 성령의 불을 한 번 지펴야 하겠다. 삼월이다. 봄이 되었다. 봄이라는 단어만 봐도 새 순이 돋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