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안 한밤중’

박정철 (2013-01-19 20:23)

‘그가 이러한 명령을 받아 그들을 깊은 옥에 가두고 그 발을 차꼬에 든든히 채웠더니 한밤중에 바울과 실라가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송하매 죄수들이 듣더라 이에 갑자기 큰 지진이 나서 옥터가 움직이고 문이 곧 다 열리며 모든 사람의 매인 것이 다 벗어진지라’(행 16:24-26)   어떤 날에는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자리에서 갑갑함과 답답함을 느껴볼 때가 있다. 쇠창살 없는 감옥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내 힘으로는 감당하기가 버거운 무거운 짐들로 짓눌려져 있는 것 같다.   축구장에서 키와 덩치가 적은 우리 아이들이 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면 ‘저 아이들에게는 저것이 저들에게 있어 감옥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기술에서는 거의 밀리지 않는데 키와 힘에서 밀려 넘어지고 엎어지면서 내동댕이쳐진다. 경기장이라는 세상 속에서 적은 키와 몸이 저들에게는 감옥 안일 수 있겠다.   우리 인생들은 저마다의 감옥 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어떤 집사님이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아이들 고모부가 일은 안하고 매일 술에 절어 있어서 그 아내가 얼마나 큰 고통을 지금 당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남편의 무관심과 폭력이 그 아내에게 있어 감옥일 수 있듯 실직자가 되어 노숙자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게 되고, 소외되어 밀려난 그 자리에서 겪는 큰 고통이 인생들을 가두고 있는 깊은 감옥들일 수 있겠다는 것이다.   바울과 실라는 주님의 복음 전도 사역을 감당하다가 고소를 당하여 매를 맞고 옷이 찢어진 채로 깊은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 안에서 이제 한밤중을 맞이하게 되는데, 깊은 감옥 안 한밤중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악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아닐까.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은 그 가운데에서 기도하고 하나님께 찬송을 드린다. 원망하고 체념하고 탄식을 쏟아내기에 가장 좋은 그때에 기도하고 찬송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자리는 바뀌었지만 삶의 내용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귀신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이런 이들이 정말 무서운 이들일진대.   경기를 하면서 아이들이 키에 눌리고 덩치에 밀리고 힘에 부치는 것을 보면서 속상해하고 아파하고 화에 젖어 있는 내 자신을 본다.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나 더 할 수 없을 것인데도 염려하고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덮어 쓰인 삶의 엄청난 굴레 앞에서 우리는 저마다 탄식하며 불평하며 고통하면서 깊은 감옥 안 한밤중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능히 기도하고 찬송할 수 있을 것인데도, 또한 그 분께서 그 자리까지 가게 하신 이유도 뜻도 한 번 제대로 묻고 있지 못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