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군불

박정철 (2013-02-09 13:08)

‘이에 일어나서 아버지께로 돌아가니라 아직도 거리가 먼데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니’(눅 15:20)   구정 명절이다. 온 가족이 모여서 사랑을 노래하고 기쁨을 누리고 아픔을 나누면서 그간 살아온 이야기로 꽃을 피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명절에 우리 모든 성도들의 가정 가정마다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축복이 넘쳐나길 소망해본다. 무엇보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셨던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부모님의 한결 같은 마음인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해지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우리 형제들이 모여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버지께서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걸쳐 입으시고는 밖에 나가신다. 그러다 잠시 뒤에 “어, 날씨가 대단하네.” 하시면서 들어오신다. “이 밤중에 어디에 갔다 오시느냐?”고 물으니, 지금은 농촌마다 기름보일러와 겸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화목(나무) 보일러를 많이들 들여 놓았는데, “보일러에 장작을 넣고 오신다.”는 것이다. 예전의 표현대로라면 군불을 지피고 오시는 것이다.   자녀들이 뜨뜻하게 편히 쉬고 잘 수 있도록 그 한밤중에 보여주시는 아버지의 귀한 사랑일 것인데 그저 눈물겹고 고맙다. 내 살아온 모든 날들마다 그 아버지의 사랑의 군불이 지펴나고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감사가 절로 나온다.   늦은 밤까지 실컷 먹고 이야기하다 잠을 청해 자리에 누웠다 싶었는데, 새벽녘이면 주방에서 어김없이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들려온다. 가족들이 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어머니께서 조용조용하게 아침상을 준비하고 계시는 것이다. 그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며느리를 깨우는 소리일 수는 있겠지만 아들에게 있어서는 사랑의 음성이 아닐 수 없는데, 자녀들을 향한 한결 같으신 어머니의 사랑을 잠결 가운데에서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이번 구정은 연휴가 짧아 모두들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자식들과 손자들을 당신들 곁에 더 오래두지 못하시는 부모님의 마음보다 더 아쉬울 것이 있겠는가.   이번에도 뒷좌석에 싣고 가는 선물세트와 드린 용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귀한 사랑을 트렁크에다가 된장이며 고추장이며 무말랭이며 이것저것으로 가득가득 채워주실 것이다. 대문 밖까지 따라 나서며 “뭐 더 필요한 것이 없냐?”며 배웅해주시는 그 귀한 사랑 속에 내가 지금까지 있게 되었음을 새삼 느끼게 될 것인데, 그 사랑 속에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도 함께 있음을 깨달아 눈물 흘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