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봅니다.

박정철 (2013-02-02 15:37)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시 8:3,4)     늦은 밤 잠자리에 누우니 은은한 달빛이 창문을 통해 비춰온다. 그 달빛을 받고 있자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함께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너는 너 나는 나로 산 것에 대해서, 어제도 그저께도 저 달빛은 날 향해 비추고 있었을 것인데도 전혀 알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쳐 버렸음에 대한 미안함이다.   뭐가 그렇게 바쁘고 뭐가 그리도 피곤한지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하고 하늘의 달도 별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래도 어릴 때는 달 이야기도 많이 듣고 자란 것 같은데 지금은 그 이야기들이 영 삶의 적용에 있어서는 가물가물하다.   가끔씩 새벽마다 ‘하나님, 저로 마음이 완악해지지 않게 해 주시고 부드러워지게 하옵소서’ 기도하는데, 벌써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난다. 한때 주머니 속에 매끈매끈한 작은 자갈 하나를 넣어 다니면서 만지작거렸었다. 못났고 모난 마음이 깎이고 깎여서 그 자갈처럼 부드러워졌으면 하는 순진한 생각에서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감성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는 게 팍팍해서 감성을 잃어버린 것인지, 감성을 잃어버려 사는 게 팍팍한 것인지 여하튼 저마다 마음도 삶도 팍팍한 것만은 사실이다. 거칠고, 조급하고, 참지 못하고, 위아래 질서도 흐트러지는 것들이 자연을 통해 가르치시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멀어져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자연을 통해 회복할 수 있는 감성을 길러내지 못하면 하나님께로 향하는 영성도 길러지지 않을 것인데, 그래서 자주 하늘을 바라봐야겠다. 산을 향해 눈을 들어서 나의 도움이 어디에서 오는지 헤아려봐야겠다. 석양녘 들녘에서 묵상했던 이삭처럼 동녘의 바닷가에서 종종 묵상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다윗의 시심은 얼마나 깊었을까.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을 바라보며, 주께서 베풀어두신 달과 별들을 보면서 하나님의 그 놀라운 은혜와 사랑을 기억하고 찬양했던 다윗의 영성은 또한 얼마나 깊었을까. 푸른 풀밭과 잔잔한 물가에서 수금을 켜며 시편 23편을 노래했을 다윗의 그 풍성함이 부러움으로 다가온다.   달을 본다. 은은한 달빛에 하나님의 손길을 본다. 바다를 보며 어머니를 보고, 겨울 소나무를 보며 욥을 보고, 버들강아지를 보며 희망을 본다. 늦은 밤 비춰오는 달빛을 맞으면서 봐야 할 것들을 봐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어린아이들의 얼굴을 자주 보고, 지극히 작은 자를 보고, 어려운 세대들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