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절망과 보람.

백낙원 (2012-06-06 11:03)

* 목회자의 절망과 보람.                                                       황우 목사 백낙원.    나는 처음 멋도 모르고 목회를 시작했다. 열정 하나만 가지면 무엇이든 다 된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나 큰 맹신이거나 아니면 만용이라 해야 옳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목회를 한다는 것은 사람의 영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하나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모종의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고, 공교한 건축물을 완성하는 것과도 같아서, 여간 정성이 드는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금방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어렵고 힘드는 일이다.    농촌에서 목회를 할 때 일이다. 자기 혼자만 주님을 믿는 여신도의 남편이, 들에서 일을 하다가 뱀에게 물렸다는 소식이 왔다. 수 십리는 가야 병원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 목회자를 부른 것이다. 나도 경험이 없는 터라 어찌할 바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언뜻 생각나는 것이 있었는데, 뱀에게 물린 곳을 입으로 빨아 주면 다소나마 독이 제거 된다는 이야기가 생각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뱀독을 빨아낼 요량으로 상처에 입을 대고 발아내기 시작했다. 농부가 들판에서 맨발로 일을 하다가 뱀에게 물렸으니 그 발의 더럽기가 오죽 하겠는가.    그 후 나는 그 교회를 떠났으며, 십 수 년 동안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런데 그 교회에서 교회당 신축 후 입당예배와 동시에 장로 임직식이 있으니 축하 해 달라고 부탁을 받고 그 교회를 찾았다. 그런데 그날 장로가 된 사람이 내게 와서 "저 누군지 아시겠습니까?"라고 묻는 것이었다. “얼굴은 본 듯한데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제가 뱀에 물렸을 때, 목사님이 제 발에 입을 대고 빨아 주셨던 그 아무게입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예수님을 믿고 오늘 장로가 되었습니다.”라고 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목회라는 것은 어렵긴 해도 보람 있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행복한 여정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목회는 이런 보람된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때는 당회 원들끼리 사소한 오해로 서로 다툰 적이 있었다. 모두가 믿음도 사랑도 뒷전으로 밀어내고, "나는 지옥가도 좋다."는 말까지 하면서, 죽기 살기로 서로 싸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때가 목회자의 좌절이요 절망이기도 하다. 그 다툼은 얼마 후 그 장로님이 교통사고로 비참하게 돌아가시고 나서야 끝이 나고 말았다. 때로는 비상식적이며 도저히 신앙인이라고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더러더러 있다. 그러나 지는 쪽이나 억울하게 당하는 쪽은 항상 목회자들인 셈이다. 그래야 교회가 편하고 목회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노회 소속 어떤 교회에서는, 권사님네 가정은 교회당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그 교회 목회자는 그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교회당 문빗장을 걸고 밀치면서 소란을 피운다고 한다. 그 사정을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목회자가 자기 골방의 문빗장을 닫아걸지언정 교회당 문을 걸어서야 되겠는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사실 목회자는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고, 그렇다고 법의 심판을 받을 수도 없는 일, 다만 강단에 엎드려 밤새워 기도하거나,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며, 자기 가슴을 치며 울어야 하는 것이 목회가 아니겠는가. 목회라는 것은 일평생 싸우는 사움이지, 하루 이틀에 끝나는 싸움은 아니질 않는가. 목회라는 것은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 경주이다. 이 싸움 중에는 현재적으로 이겼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지는 싸움이 있고, 여기서 졌다고 해도 저기 가서 이기는 싸움이 있다. 세상 사람들의 이 세상의 잣대로는 패배한 싸움일 수 있지만, 하나님의 잣대로는 이긴 싸움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어떤 장례식에 가서 옛날 내가 목회 했던 교회 모 집사님을 만났다. “지난 날 목사님 마음을 아프시게 한 것, 용서하세요. 지금까지 많이 섭섭하셨지요? 지나 놓고 보니 목사님 때가 제일 좋았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말해서 무척 당황했다. 그 집사님이 나에게 무엇을 잘 못했는지 잊어 버렸기 때문이다. 목회자는 자기 자녀의 모든 잘 못을 용서하고 기억도 하지 않는 어버이와 같이, 교인들이 저질은 잘 못도 잊어버린다. 만약 그 모든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목회자의 자격도 없을 뿐만 아니라, 목회를 계속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 엄청난 스트레스를 무슨 수로 감당 하겠는가 말이다.    우리 주변에는 목회를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중병을 앓거나, 심지어 몹쓸 병에 걸려 일찍 돌아가신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안다. 목회도 건강도 사랑도 망각이  가장 좋은 처방약이다. 하나님도 나의 모든 부족과 허물을 용서 하시고 기억도 아니 하신다고 하셨는데, 감히 죄인인 내가 어떻게 형제의 과오를 끝까지 기억한단 말인가? 때로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억울한 일을 당한다고 해도, 그 일 때문에 많은 괴로움을 겪는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하나님. 그 때 그렇게 하시기를 잘 하셨습니다."라고 할 때가 있으리라 확신한다. 다만 마지막에 우리 주님께 잘 했다고 칭찬 듣는 삶이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할렐루야! 아멘.                         (2012년 5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