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 1755년 11월 1일 리스본

김진철 (2011-04-19 18:04)

왕 / 하나님께서 내리신 이 형벌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는가? 카르발류 / 죽은 자를 묻고 산 자에게 먹을 것을 주어야 합니다.               (운명의 날 중에서) 한 사회가 갑작스럽게 닥친 재난(재앙)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하느냐 하는 것을 보면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종교나 가치관,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대지진과 쓰나미에도 동요하지 않았던 일본인들이 방사능 유출에 탈출러시” "일본의 원전 사태는 높은 수준의 원전 기술을 자랑하는 일본으로서도 처음 직면한 핵의 긴급사태"라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의 원전 사태가 체르노빌의 상황과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자력발전소라고 강조했습니다. 지진 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에 안심하라고 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은 설계 당시 내진 설계 7.9였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일본 동북부 지진은 9.0이었습니다. 9.0 앞에서 7.9는 힘을 못 쓰고 말았습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1986년 4월 체르노빌은 대형사고가 일어났고, 엄청난 피해가 있었습니다. 100% 안전, 절대 안전이라는 말은 인간이 함부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을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자동차와 선박들이 힘을 못 쓰고 쓸려 들어가는 것을 보고 참 허무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내가 믿고 안전하다고 서 있는 땅이 진짜 안전한 곳일까? 나의 행복과 미래를 책임져 준다고 믿고 있는 것들이 정말 믿을 만 한 것인가? 창세기 1-11장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그중에서 1장에 나오는 천지를 만드시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읽었습니다. 하나님이 하나씩 지으시면서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환호하시는 것을 느껴보았습니다. 하늘의 별들이 그 빛을 발하는 지점에 와서는 정말 마음에 큰 감동이 임했습니다. 그 아름답던 세상을 인간들이 망가뜨려 혼나는 말씀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니콜라스 시라디가 쓴 <운명의 날>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와 보았습니다. 1755년에 일어난 리스본 대지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한 책입니다. 거대한 파도가 항구를 덮쳐 정박하고 있던 배들을 산산이 부수었다. 거리와 광장은 휘몰아치는 불꽃과 재에 휩싸였고 집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1만 여명의 시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부서진 잔해 속에 파묻혔다. 팡글로스가 물었다. <이런 재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건 최후의 날이에요!> 캉디드가 비통하게 외쳤다.(운명의 날 중에서) 1755년 11월 1일 아침 9시 30분, 첫 진동이 리스본을 강타했습니다. 이어 세 번의 지진과 해일, 화재가 발생해서 유럽에서 가장 화려했던 국제도시 리스본을 하루 사이에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신앙심이 두터운 리스본 사람들의 표현대로라면 <하나님의 분노는 25분도 채 안되는 사이에 몇 세기에 걸쳐 인간이 쌓아 올린 도시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다.> 지진전문가들은 리스본 지진도 진도 9.0정도가 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이 리스본 지진은 리스본을 초토화시킨 무서운 재앙이었을 뿐 아니라 리스본의 기적적인 부활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 사회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재난을 어떻게 해석하고, 혼란에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리스본 지진은 폼발후작이라고 불리는 세바스티앙 카르발류라는 지도자로 말미암아 유럽근대화를 가져오는 축복이 되었습니다. 그 지진을 계기로 지진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자연의 재난 앞에서 유럽의 지식인들은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나의 가족이라는 연대의식이 형성되었습니다. 급격한 환경과 기후의 변화, 태양의 폭발과 지진으로 인한 원전 위기, 석유를 둘러싼 끊임없는 전쟁 등. 이 모든 것은 어쩌면 우리로 하여금 지금의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라고 촉구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지구의 종말을 재촉하게 될 것이라고... 고난 주간, 세상의 많은 고난과 고통이 우리의 삶의 방식 때문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서 해봅니다. 세상의 모든 고난 받는 이들 위에 주님의 평화가 임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