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면 됩니다.’

박정철 (2014-06-14 07:23)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 짐이라’(딤전 4:4,5)   아이들이 축구 훈련을 하면서 힘들어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충격 요법을 가끔씩 쓴다. “그렇게 힘들면 축구 하지 마. 누가 그렇게 힘든 것 하라고 했냐. 힘들면 지금이라도 그만 둬.” 좀 모질게 느껴지는 말일 수 있지만 그래도 그것이 먹힐 때가 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면 좀 힘들어도 괜찮을 것이며 감사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다.     차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 방송에서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어떤 사람이 직장에서 업무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업무만이 아니라 상사나 동료 간의 관계 역시 원만하지 않아서 힘이 많이 들었다는 것인데, 그런데 하루는 차를 타고 가는데 앞에 차의 스티커에 이런 글귀가 붙여져 있더라는 것이다. ‘퇴직하면 됩니다.’   그 글귀를 보는 순간 자기가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이 그렇게 감사하게 다가오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그래, 퇴직하면 내가 업무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겠지. 그래, 퇴직하면 상사에게 꾸중들을 일도 없겠지. 비난받을 일도 없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날 일도 없겠지. 출퇴근할 때에도 힘들 이유가 없겠지.’   그 이야기를 듣고 중고등부 예배 때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 학교 다니기 힘들면 학교 안 다니면 된다. 그러면 공부할 필요가 없겠지. 시험 성적 안 나왔다고 괴로워할 필요도 없겠지. 학교 간다고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겠지. 아이들에게 왕따 당할 이유도 없겠지. 선생님들에게 야단맞을 일도 없겠지. 얼마나 좋으냐. 이렇게 좋은데 학교를 안 다니면 될 것이 아니냐.” 그랬더니 아이들이 뭔 소리를 저렇게 하느냐는 듯이 빠끔히 눈을 들어 쳐다본다.   목회자로서 매일 새벽마다 거뜬히 일어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좀 더 자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 새벽이면 ‘언제까지 내가 이 새벽을 깨워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또 설교를 준비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돌아서면 설교를 해야 하니 항상 이 부담감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또 많은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교인들을 만난다는 것도 그렇다. 그렇게 힘이 들면 답이 무엇인가. 맞다. 목회를 그만 두면 되는 것이다. 목회를 하지 않으면 새벽에 억지로 일어날 필요도 없고, 설교 준비를 한다고 고통스러워할 필요도 없고, 사람을 상대하느라 진을 빼앗길 이유도 없는 것이다.   모두들 하나 같이 사는 게 힘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