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막대기’

박정철 (2014-06-21 10:03)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의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   아스라이 오래 된 기억이지만, 어린 날 초등학교 때에 선생님들께서 반 아이들로 빙 둥글게 손들을 잡으라고 하실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끼리 얼른 양손을 잡는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남녀 아이가 손을 잡아야만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우’하는 친구들의 놀래대는 소리가 굉장히 어색하고 거북하다. 얼마 동안을 쭈빗거리다가 다그치는 선생님의 말씀에 고작 생각해 낸다는 게 주위에 떨어져 있는 나무 막대기인데, 그것을 들고서는 끄트머리를 겨우 잡고서는 어정쩡하게 있게 된다. 그래도 그 자리에 그것이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에 여자 아이와 같은 책상에 앉아서는 서로 못 넘어오도록 왜 그렇게 싸웠는지 모르겠다. 금을 그어놓고는 조금이라도 넘어오면 무슨 큰일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눈을 흘기고, 때리고, 찢고 했으니 마치 그 금이 삼팔선이라도 되었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렇게 멋진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우리 아이들이 그 이불 하나를 두고 서로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느라 늦은 시간에 오래토록 투닥거리고 투덜거리는 것을 보면 그 아비에 그 아들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그 어린 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떨까. 놀려대고 비난하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힘껏 한 번 손잡아주는 멋진 남자일까. 아니면 여전히 금을 그어놓고는 괜한 것에도 신경을 바짝 쓰면서 넘어오지 못하도록 경계하고 경고하고 있는 좁아터진 옹졸한 남자일까. 세월이 흐르면서 그어진 금들이 지워져야 하겠건만 그렇지 못한 모습에 화해의 십자가 복음을 주신 주님 앞에서 미안한 마음이다.   민족의 아픔이 있는 6월을 보내고 있다. 허리가 잘린 채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이 나라의 모습도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는데 동서로, 성별로, 세대로, 계급으로 갈가리 찢어져 초긴장 상태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어디 나무 막대기라도 하나 주워들어야지 그 찢어져 있는 모습이 영 보기에 불편하다.   오늘 이 시대에 우리 교회를 향해 주신 십자가가 있다. 그 나무 십자가를 가지고 갈라져 있는 곳을 하나로 이어주어야만 하겠는데, 말리는 못된 시누이가 아니라 골고다 십자가의 주님처럼 화평하게 하는 자로서 하나님의 귀한 자녀로 멋진 삶을 꾸려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