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

박정철 (2014-07-26 12:31)

‘그들이 여리고에 이르렀더니 예수께서 제자들과 허다한 무리와 함께 여리고에서 나가실 때에 디매오의 아들인 맹인 거지 바디매오가 길가에 앉았다가 나사렛 예수시란 말을 듣고 소리 질러 이르되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거늘’(막 10:10:46,47)   올해 꼭 보고 싶은 영화가 한 편 있다. ‘명량’이라는 영화다. 배우 최민식씨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으로 분해서 찍은 영화다. 광고를 보여주는데 가슴이 쿵쾅거린다. 이 영화를 놓쳐서는 안 될 것 같다.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 이순신 장군이 화면에 클로즈업 되면서 토해내는 비장한 모습에서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내 깊은 곳에서 꿈틀거린다. 변명과 핑계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내게 주시는 하늘 음성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호렙산에서 모세를 만나신다. 그러면서 “애굽에 고통 받고 있는 네 민족 이스라엘을 구원해서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하라.”고 명하신다. 그때 모세가 펄쩍 뛰면서 “자기는 그 일을 감당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어떻게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이 80의 나이에 자기가 그 일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오 주여 보낼만한 자를 보내소서.” “나는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한 자니이다.” 그런 와중에서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주시는 말씀이다.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누가 사람의 입을 지었느냐.”   우리는 너무나 많이 하나님 앞에서 ‘없다’고 ‘못한다’ ‘안 된다’고 말하는데 빠르다. 해보지도 않고서는 못한다고 하고, 가 볼 생각도 않고서는 못 간다고 해 버린다. 그러면서 지독한 열등의식과 패배감에 휩싸인다. 마치 운명인 양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체 자기 합리화에 급급하다. 그것이 불신앙인지도 모른 체 말이다.   어느 책 제목이 참 좋다. ‘마음이 없으면 핑계만 보이고, 마음이 있으면 길이 보인다.’ 바디매오가 눈이 멀었었지만 그러나 그에게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많았다. 귀도 있었고, 다리도 있었고, 입도 있었다. 무엇보다 주님을 향한 믿음을 지니지 않았던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가. 없는 것에 빠져서 한숨과 체념으로 얼룩져 있는가 아니면 있는 것으로 승부를 걸어 돌파구를 열어가고 있는가.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왜구에 맞서서 나라의 역사를 바꾸었던 것처럼 오늘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으로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힘 있게 열어가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