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님의 '우렁이 이야기'

조영식 (2013-05-13 09:28)

어버이주일을 보냈습니다. 좋은 글이 있어서 올립니다. 새로 수염자리 돋아난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TV를 끄고 마루에 누워서 별을 바라본다 별보다는 아무래도 자동자의 불빛이 더 빛나 보이는 아들은 그만 지루해서 두 번이나 하품을 한다 나는 우렁이 얘기를 한다 <옛날에 옛날에 새끼 우렁이가 야곰야곰 엄마 우렁이를 다 파먹어서 마침내 어미 우렁이는 껍데기만 남았더래. 그래서 텅 빈 어미 우렁이가 냇물에 동동 떠내려가자 그것을 본 새끼 우렁이가 "야, 우리 엄마 보트놀이 한다"고 깔깔 웃더래> 아이는 재미나서 와락 달려들며 "야, 어미 우렁이 파먹자"하고 간지럼을 먹이는데 문득 온 몸을 비틀며 내가 파먹어 멀리 떠내려 가 버린 내 어미 우렁이가 그리워 천 길 낭떠러지로 별이 떨어진다 문정희 님의 ‘우렁이 이야기’ 새끼를 위해 기꺼이 자기 삶을 먹이로 내놓은 어미 우렁이. 어미의 살을 먹고 사는지도 모르고 떠내려가는 어미를 보고 깔깔 웃는 새끼 우렁이. 한없이 슬픈 이야기입니다. 이 땅의 어머니는 이 어미 우렁이와 같습니다. “나는 너의 먹이야. 나의 것을 먹고 무럭무럭 잘 자라렴.” 사랑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어머니처럼 아낌없이 나를 먹이로 내어 놓는 것. 세상의 평화는 서로가 서로의 먹이가 되어 줄때 가능합니다. 다른 이를 먹이로만 여기고 나 자신을 먹이로 내어놓지 않는다면, 평화는 결단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예수님처럼 당신을 먹이로 내어 놓으신 우리의 어머니가 위대하십니다. 그 어머니가 나를 살리고 우리를 살리고 나라를 살리고 시대와 역사를 살리고 세상의 평화를 이루셨습니다. 아낌없이 먹이로 내어 놓으신 우리의 어머니는 우리를 살리는 오늘의 예수님입니다. (채희동 님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