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가겠지요.

박정철 (2013-03-23 12:08)

‘너희 중에 고난 당하는 자가 있느냐 그는 기도할 것이요 즐거워하는 자가 있느냐 그는 찬송할지니라’(약 5:13)   세월은 그렇게 흘러 어느 덧 3월 하순에 들어섰다. 재촉하지 않아도 얼마나 빠른지, 간다 하지 않아도 가고 있고 온다 하지 않아도 오고 있다.   새해 첫 주일, ‘이번 해만큼은’이라고 했었는데 그 다짐들이 얼마나 삶에 옮겨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순절 첫째 주일을 드리면서 침묵과 절제, 그리고 겸손한 모습으로 삶을 꾸려 가보고자 말씀을 나누었는데 벌써 그 시간들은 거의 다 지나가 버려 이제는 종려주일이자 고난주간이다.   우리의 삶이라는 게, ‘해 보자’ ‘해 봐야지’ 하는 중에 쉬 지나가 버릴 때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 어’ 하다가 ‘아~’ 할 때가 많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마치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가버릴 것 같아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무척이나 조심스러워진다. 새벽의 결단이 하루의 삶에 잘 미쳐질 수 있도록 애쓰고 힘써가야 하겠고, 어떻게든 아쉬움과 후회함을 줄여갈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봄인데도 아직 춥다. 교회당 정원에서는 동백꽃이 붉게 피어나고 있고 목련은 꽃망울을 터트리려고 한껏 준비 중인데도 여전히 춥다. 바닷가 새벽녘은 더 춥게 다가오는 듯한데, 겨우내 두터운 외투에 지쳐있을 여인네들이 불어오는 봄바람에 치마도 살랑거려 보고 싶을 것인데 날씨가 호락호락 쉽게 허락해 주지를 않는다.   이 초봄이 마치 조변석개(朝變夕改) 같은 인간의 마음 같다. 사랑과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호산나, 호산나’하며 찬송하며 뒤따르던, 그러다가 자기들의 원하는 생각에 미치지 못함을 알고는 ‘십자가에 못 받으라’고 소리질러대던 무리들처럼 말이다.   봄날은 그렇게 가고 있다. 그러다 황사가 찾아올 것이고 솔가루가 온통 천지를 뒤엎다가 갑자기 덥다고 아우성일 것이고 모기와 파리로 인해 귀찮아 할 것이고.      인생이려니 싶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춥다고 아우성이었는데 얼마 안 있어 호들갑을 떨 것이니. 기도에 참 열심이셨던 어느 권사님의 말씀이 생각이 난다. “우리의 신앙이 비가 오면 젖을까 ‘종이 신앙’이 되어서는 안 되고, 바람이 불면 날아갈까 ‘가루 신앙’이 되어서도 안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