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박정철 (2012-11-24 16:23)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 거기로부터 구원하는 자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노니 그는 만물을 자기에게 복종하게 하실 수 있는 자의 역사로 우리의 낮은 몸을 자기 영광의 몸의 형체와 같이 변하게 하시리라.’(빌 3:20-21)   11월 하순, 날씨가 꽤나 추워졌습니다. 두터운 겨울 외투를 입고 바닷가로 향하는데도 콧물이 흐릅니다. 외투에 달린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주머니에 손을 깊이 찌르고 해변을 걷습니다.   그런 내 모습과는 달리 갈매기들의 날개짓은 참 여유롭고 아름답습니다. 세상을 너무 짓눌러 살지 말라는 듯 ‘공중 나는 나도 하나님께서 먹이시는데 하물며 너일까 보냐’며 소리쳐 줍니다.   몇 마리의 게나 잡으려는지 작은 그물망 같은 것을 매달고는 낚싯대를 힘껏 내던지는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 몇 마리의 게들은 오늘 저녁상에 맛있게 올려질 것입니다.   바람이 차가워 그냥 앉아 있지 못하고 서성이면서 해안을 걷고 있는데, 공원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인어공주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2006년에 제작된 이 동상은 청동으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이렇게 날씨가 추워질 때면 모자가 씌어져 있기도 하고 옷도 두툼하게 입혀져 있기도 합니다. 그것을 볼 때면 괜히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도 합니다.   물끄러미 바다를 향해 바라만 보는 그 눈매가 모나리자에 비할 바 되겠냐마는 그래도 은은해 보이는 것이 은근히 아름답습니다. 작품명이 붙여져 있지는 않는데, 굳이 나 같은 사람에게서 붙여질 수 있는 이름이라면 ‘동경’이라 했으면 좋겠습니다. 달빛이 고요히 비치는 바다를 헤엄치며 마치 동화속의 한 장면처럼 사랑을 노래하고픈 그 마음을 눈빛에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그 인어공주가 바라다보고 있는 그 바다를 함께 바라보며 은혜의 바다를 떠올립니다. 그 바다에서 나도 마음껏 헤엄치며 노래하고 싶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이제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처럼 보이는 중년의 한 남자가 상대를 두고 노래합니다. 누가 보든지 듣든지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노래합니다. ‘내게도 사랑이 사랑이 있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당신뿐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