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

박정철 (2012-11-17 16:04)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하니라’(눅 16:10)   아이들이 다니는 양남초등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있었다. 학부모들도 참가할 수 있는 행사여서 안내문을 받은 날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이 날을 기다렸었다. 작가는 ‘짜장면 더 주세요’의 저자 이혜란 선생님이셨는데,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질문을 받아가며 자기의 어린 날에 꾸었던 꿈들과 생각들을 아이들에게 전해주었다.   그 책의 전 페이지는 51쪽이었다. 두꺼운 신학 서적에 익숙한 내게 있어서는 얇은 책이었지만 이혜란 작가는 그 책을 완성하는데 무려 7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하니 참 대단하다.   취재와 스케치에 이어서 수정, 그리고 채색 과정까지, 한 쪽의 삽화를 그리는 데에만 무려 3일이 걸린 것도 있고 4일이 걸린 것도 있다고 하니, 들으면서 드는 생각 하나.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과 독한 인내심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며칠 전부터 아이들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세 번 이상 읽으라”고 했다면서 그 책을 읽고 있었는데 같이 옆에서 읽다 보니까 참 재미있게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써져 있었으며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음식이라면 라면 외에는 할 줄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짜장면을 만들어서 해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래서 그 날 국수를 끓여서 먹었는데 덜 익어서 다시 끓이느라 고생고생을 했는데.   흐려진 11월 중순의 어느 오후, 금방이라도 눈이 올 것만 같은 그런 날씨에 작가와의 만남에 즐거워하며 함께 책을 만들어보는 아이들과 중국집에서 배달해 온 짜장면을 맛있게 먹어 치우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는 목회자로서 설교를 다 한 후에 성도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고 있는가.’ ‘말씀대로 살고 싶도록 하는 설교를 하기 위해 어떤 내용들로 채워가고 있나.’   벌써 몇 년 전의 일이지만 한 번은 중국집을 하는 어느 집사님이 그런 이야기를 해 준다. “목사님, 짜장면 한 그릇이지만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 한 그릇이 얼마나 소중한 음식인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짜장면 한 그릇이지만 대충해서 만들어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 만드는 것, 글 한 줄 쓰고 삽화 하나 그리는 것에 온 정성을 다하는 이들에게서 새벽 예배 설교 준비에도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