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다 불이 탄다’

박정철 (2012-11-10 15:32)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나이다’(시 8:1)   포항을 사랑하는 교회에서 시찰회를 마치고 오는 길에 보니까 산마다 불이 타고 있었다. 얼마나 활활 타고 있는지 황홀함 그 자체였는데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우리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우리 성도들의 심령 심령마다에도 성령으로 불타오르게 되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겠지.’   봄에 파릇한 새순을 피어 올린 산들은 무성한 여름을 보내더니 이제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으로 넘쳐나고 있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색채감이 좋으시면 이리도 아름답게 하셨을까 싶은 것이 그저 고맙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추수감사주일이면 어김없이 빼놓지 않고 부르는 찬송이 있는데 바로 ‘산마다 불이 탄다’는 곡이다. 그 찬송을 부를 때면 괜히 흥분이 되면서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 혼자 오늘 길에서도 흥얼거리면서 불러보니 너무나 좋다.   ‘산마다 불이 탄다 고운 단풍에 골마다 흘러간다 맑은 물줄기 황금빛 논과 밭에 풍년이 왔다 드맑은 하늘가에 노래 퍼진다 눈이 닿는 우주 공간에 손이 닿는 구석구석에 우리 주님 주신 열매 우리 주님 주신 알곡 감사하자 찬송하자 감사하자 찬송하자’   강원도 화천에서 군대 생활을 할 때였다. 늦은 가을 어느 날 오후, 철책 가까운 곳에서 작업을 하던 때가 있었다. 고된 일과 속에서 진행되던 작업 속에서 많이도 지쳐 있었는데, 그때에 해가 지면서 비취는 가을 산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마치 딴 세상 같았다.   그렇게 군대가 오기 싫었고 그렇게 군 생활이 싫었었는데, 그래서 제대하면 부대가 있던 곳을 향해서는 소변도 보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었건만 그 날 그 풍경을 접하게 되면서 ‘통일이 된다면 꼭 이곳을 다시 찾아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고쳐먹게 되었다. 자유를 팔아 자연은 샀던 그 소중한 때를 잊을 수 없다.   아름다움은 찾아오게 하는 힘이고 머물게 하는 힘이다. 다윗은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고백하며 찬송을 올려 드렸다. ‘내가 내 평생에 여호와의 집에 살면서 여호와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그의 성전에서 사모’(시 27:4)할 것이라 했다.   난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일까. 우리 교회는 얼마나 아름다운 곳일까. 그래서 사람이 찾아지고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힘이 얼마나 될까. 불타는 가을 산처럼 나도 같이 타버렸으면 좋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