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

박정철 (2012-10-27 18:45)

‘산이 생기기 전 땅과 세계도 주께서 조성하시기 전 곧 영원부터 영원까지 주는 하나님이시니이다 주께서 사람을 티끌로 돌아가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너희 인생들은 돌아가라 하셨사오니 주의 목전에는 천 년이 지나간 어제 같으며 밤의 한 순간 같을 뿐임이니이다’(시 90:2-4)   생각이 막힐 때면 어느 새 발길은 바다를 향해 있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옷을 한 겹 더 껴입고는 바다를 향해 간다. 무어 다른 것이 크게 있지 않을 것 같은데 바다는 또 다시 나를 불러내고 있다.   가을 하늘보다 더 푸른, 부서지는 흰 파도와 파도소리, 휩쓸려 재잘거리는 몽돌. 사랑에 고픈 사람들, 갈매기는 무리지어 앉아들 있고, 한두 척의 배들은 그물질로 바쁘다.   그리움일까. 사무침일까. 끝없는 갈망일까. 오늘도 난 이 자리에 섰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사는 것일까. 저 멀리 수평선 너머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지고 있을지, 저 깊은 바다 속엔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생각 너머에는 도대체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지. 아무 것도 볼 수 없고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저 너머의 세계 속에서 무언가가 지금도 놀라운 것들이 펼쳐지고 있을 것인데.   하루살이마냥 이 하루가 전부인 줄 알고 우물 안 세계가 전부인 줄 알고 그저 이 한 때를 살아가기에 바쁜 인생이 불쌍하기만 한데, 바다 속 우럭 한 마리는 바다의 은혜를 알고 있을까. 창공을 나는 갈매기는 하늘의 고마움을 알고 있을까.   은퇴식을 하실 때 말씀하시는 목사님들의 이야기들이 비슷하다. “이제 목회가 뭔지 좀 알 것 같은데 벌써 은퇴하게 되어서 참 아쉽다”고. “이제 뭔가 해 보려고 하는데 벌써 은퇴하게 되었노라”고. 한 번은 원로 목사님이신 함택진 목사님께서 노회 기간 중에 설교를 하신 적이 있다. 얼마나 열성적이고 감동적이셨는지 모두들 기쁜 마음에 은혜로웠다고 좋았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는데, 내 속에서 드는 생각 하나 ‘함목사님 시무 때에 저 정도 하셨으면 아마 대박 났겠다.’   얼마나 더 알 수 있을까. 저 너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바람은 쌀쌀하고 해는 지는데, 보니 늘 어김없이 달리기를 하는 한 젊은이가 있다. 같은 속도로 쉬지 않고 달리기를 한다. 마치 그것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