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얼굴, 화난 얼굴

박정철 (2012-02-11 20:19)

‘마음의 즐거움은 얼굴을 빛나게 하여도 마음의 근심은 심령을 상하게 하느니라’(잠 15:13)     예전에 한 번은 어떤 일로 인해서 마음이 상해서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로 있었다. 여차하면 비도 오고 천둥도 칠 기세였다. 궂은 날씨마냥 굳은 얼굴로 있다 보니 사람들이 싫고 그 자리가 싫어진다. 웃지도 않고 입술을 다물고 있으니 사람들이 감히 내게 가까이 하지를 못한다. 모두들 슬슬 내 눈치를 살피며 가까이 다가오지를 못하다가 하나 둘씩 내게서 멀어지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그게 또 못마땅하다. 와서 누구라도 먼저 웃어주고 말 걸어주면 못 이기는 척하고 마음도 얼굴도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두들 슬금슬금 멀어져가니 그게 더 힘들고 속을 상하게 한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서로들에게 금이 그어진다. ‘아, 그래서 혼자일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 혼자 심각한 표정으로 있다 보면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겠다는 것을 짧은 경험을 통해서 깨닫는다.   두 가지다. 하나는 내가 너무 심각한 표정을 짓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또 하나는 심각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다가가서 먼저 웃어주고 손 잡아주며 말 걸어줄 수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는 중에 메시지가 왔다. ‘예전처럼 환한 얼굴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 메시지에 오늘 글의 제목을 뽑아본다. ‘환한 얼굴, 화난 얼굴’ 그럴 듯하다. 내가 어떤 얼굴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나를 비롯한 주변의 삶이 너무나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분을 품을 수는 있겠지만 그 분을 가지고 하룻밤을 넘겨 버릴 때에 악한 것들이 어떻게 역사해 가는 지를 보게 된다.   한 번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신나게들 웃고 있는데 어떤 이가 다가오더니 “뭐가 그렇게 재미가 있느냐.”면서 끼어든다. 순간 아이들 놀이인 ‘얼음 땡’을 하는 것처럼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좀 지나서 보니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렇구나. 이야기가 즐거워야 하는 것보다 사람이 즐거워야 하겠다’는 생각. 슬슬 모여드는 사람이어야 하지 슬슬 피하는 사람이지 말아야겠다.   “생각이 너그럽고 두터운 사람은 봄바람이 만물을 따뜻하게 키움과 같이 모든 것이 그를 만나면 살아난다. 그러나 마음이 각박하고 차가운 사람은 북풍한설이 모든 것을 얼게 하는 것과 같이 만물이 그를 만나면 죽게 된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본다. 어떤 얼굴인가. 아이들의 반응을 본다. 성도들의 반응을 본다. 사람들의 반응을 본다. 내가 어떤 얼굴인가.